▲ 홍명보의 ‘4강웃음’ 재연 | ||
모델계에선 ‘초짜’나 다름없는 숫기 없고 수줍음 많은 운동 선수들이 ‘발가벗은’ 심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촬영현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보았다. 터프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남일(전남)이 삼보컴퓨터 촬영을 위해 처음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는 그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 50여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촬영 감독의 요구대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가 영 쑥스러운 게 아니었다.
더욱이 옷을 벗으라는 주문에는 아연 실색할 수밖에. 광고를 제작한 플랜즈 어헤드 이경원 차장은 설득 끝에 옷을 벗은 김남일의 상반신을 보고 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몸도 멋있었지만 눈빛도 장난이 아니었다.
▲ 김남일의 ‘환상적인’ 촬영장면 | ||
그냥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촬영장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 번은 춤추는 동작으로 인해 촬영 감독과 김남일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김남일은 도저히 쑥스러워서 춤을 못 추겠다고 했고 감독은 컨셉트를 설명하면서 김남일의 이해를 도왔다. 결국 별다른 무리없이 그 장면이 촬영됐는데 밖에선 김남일이 촬영 도중 감독과의 마찰로 촬영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송종국(네덜란드 페예노르트)은 리바이스 청바지 모델이다.
활동은 2월부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세련미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리바이스 마케팅부의 김민정 대리는 “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타일이나 인터뷰 기술이 무척 달라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패션 감각이 없어 보였는데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이 바뀌니까 조금씩 때를 벗는 것 같았다. 강렬함보다는 은근한 매력이 있어 그걸 뽑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리바이스에서 송종국을 모델로 쓰게 된 데에는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조언이 큰 몫을 했다. 젊은층을 상대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데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 축구선수를 대상자로 올려놓고 허 전 감독에게 자문을 구한 것. 그때 추천받은 선수가 송종국이었다.
▲ 송종국의 광고사진 | ||
신세계 상품권 TV CF 촬영 현장이다. 모델은 홍명보. 컨셉트는 월드컵 8강전에서 보여준 홍명보의 웃음을 리바이벌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홍명보가 웃음에 인색하다는 사실은 축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 촬영 스태프들은 촬영 전날 모여 어떻게 하면 홍명보를 웃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대두됐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카리스마’의 대명사 홍명보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홍명보는 진짜 웃지를 않았다. 결국 아이디어 회의 때 나온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실행으로 옮겨졌다. 그중 압권은 한 여자 촬영 스태프가 대머리 가발을 쓰고 춤을 춘 장면. 홍명보는 자신을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여자 스태프의 살신성인에 감동받았고 결국 파안대소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