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의 심장부인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하자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주로 중동 내 분쟁 지역에서 테러 행위를 일삼던 IS가 국경을 넘어 유럽에서도 테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테러범들이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침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태. 이에 최근 미국 뉴스사이트인 <데일리비스트>는 전직 IS 정보부대 소속이었던 시리아 남성과 가진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이번 파리 테러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부터는 유럽 국적을 가진 ‘IS 스파이’들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IS의 스파이들은 시리아에서 스파이 훈련을 받은 후 다시 본국으로 잠입하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유럽을 비롯해 미국의 심장부에서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리아 난민 사태는 IS에게는 절호의 기회나 다를 바 없었다. 이미 4000명의 스파이들을 유럽에 잠입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 어디서 또 테러가 발생할지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도 2차례의 연쇄폭탄 테러가 일어나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건 직후 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데일리비스트>와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나 3일 동안 인터뷰를 실시한 전 IS 정보원 출신인 아부 칼레드(가명)는 “이제는 모든 걸 말할 수 있다”라면서 IS 조직에 대한 이모저모를 폭로했다. 현재 칼레드는 IS에서 무단이탈한 혐의로 IS의 수배 명단에 올라있는 상태다.
아랍어, 영어, 불어 등 3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그는 덕분에 IS 군부대 소속 정보원에서 일했으며, 주로 지하디스트 보병부대 및 스파이 훈련을 담당했었다. 처음 IS에 가담했을 당시 외국에서 건너온 신병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던 칼레드는 이들 가운데는 이미 훈련을 마치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간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칼레드 역시 터키 이스탄불로 잠입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으며, IS에서 탈출한 후 현재 시리아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처음 IS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14년 10월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락까에 대대적인 공습 작전을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후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서방국가에 대한 반감이 가득했었던 칼레드는 증오심 반 호기심 반으로 IS에 자원했었다.
하지만 IS에 가담하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먼저 IS 점령지로 들어가 등록 신고를 한 후 인터뷰를 해야 했다. 인터뷰에서는 ‘왜 IS 대원이 되려고 하는가?’ 등과 같은 질문들을 받았다. 인터뷰를 통과한 후에는 2주 동안 교화 훈련을 받으면서 사람을 증오하는 방법을 비롯해 IS 방식의 이슬람 율법, 이를테면 ‘비무슬림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식의 종교관을 배웠다.
그렇게 IS 심사를 거쳐 정식 대원이 되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칼레드는 그곳에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신병들을 만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면서도 아랍어는 단 한마디도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칼레드처럼 아랍어와 영어 등을 함께 구사할 경우 진급은 떼어논 당상이었다. 그는 곧 통역사로 계급이 올랐으며, 주로 불어와 영어를 통역하는 임무를 맡았다.
IS는 외국인 출신 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수시로 그들의 여권을 불태우는 호기를 부리곤 했었다. 이는 “너희들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선포하는 일종의 선전활동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훈련을 받은 후에는 전투에 나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가령 지난해 10월, 쿠르드족의 거점 도시인 코바니에서 벌어진 전투에 투입됐던 외국인 출신 대원은 이렇다 할 체계적인 작전 하나 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당시 전투에서 사망한 대원들은 4000~5000명가량이었다.
외국에서 지원자들이 물밀듯 몰려왔던 것은 지난해 9월이 절정이었다. ‘매일’ 3000명가량이 IS에 자원했지만, 현재는 50~6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칼레드는 말했다. 이와 관련, 경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국제 테러리즘 지표’에 따르면 외국인 출신 가운데 유럽 출신은 21%, 다른 중동 국가나 북아프리카 출신은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IS 정보원 출신에 따르면 IS 지원자들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지만 ‘순교’ 자원자는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다른 그룹으로 분류돼 자살 폭탄 테러범으로 키워진다.
이렇게 다국적(?)이기 때문에 IS는 무엇보다도 부대원들 사이에 ‘동질감’을 심어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레드는 “대부분이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모든 지시는 영어로 전달됐다”면서 “가령 ‘아부 모하메드 알-아미리키’라고 부르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몸담고 있는 부대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IS 조직 내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러시아어권 대원들이었다고 한다. 한데 묶어 ‘체첸’이라고 불렸던 코카서스나 구소련 지역 출신의 대원들의 경우 대부분 지도부의 지휘 및 통제를 잘 따르지 않고 돌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IS가 가장 열성적으로 양성하는 것은 자살 폭탄 테러범들이었다. 여기에는 러시아, 프랑스, 미국 출신도 있으며, 모두 IS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사전에 세뇌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레드는 “IS에 가담하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누가 순교자가 될 텐가?’ 그럼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고, 손을 든 자원자들은 다른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IS 지원자들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지만 순교자이길 자처하는 자원자들은 줄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파이를 양성하는 IS의 비밀정보기관은 ‘암니야트’라고 부른다. ‘암니야트’는 중앙지도부 산하 조직으로, 아래로는 모두 네 개의 하부 기관이 있다. 먼저 치안 담당인 내무부격의 ‘암 알다킬리’와 군사정보부격인 ‘암알아스카리’ 그리고 대외정보부 역할을 맡은 ‘암 알카르지’가 있다. ‘암 알카르지’는 스파이를 파견하거나 테러범들의 작전을 짜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이들 스파이들은 서방국가뿐만 아니라 서방의 지원을 받는 자유시리아군(FSA)이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 지역이나 시리아 정부 내부에도 침투한다.
이처럼 도처에 잠복해 있는 스파이들 덕분에 IS는 상대의 정보를 캐내올 수 있으며, 결국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정보를 손쉽게 얻게 된다. 이에 칼레드는 “IS가 세력을 유지하면서 위협적인 이유는 전투력보다 바로 이 스파이 활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크리스토프 로이터도 비슷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IS 내부 비밀문서를 토대로 그는 “암니야트 조직원들은 지진파처럼 활동한다. 특정 지역에 침투해서는 가장 좁은 틈바구니를 찾아내서 지역사회를 와해시키고, 주민들을 조종할 수 있는 정보들을 수집한다”라고 말했다. 가령 그 지역의 유지를 찾아낸 다음 그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혹시 아들이 동성애자는 아닌지 등의 약점을 캐내는 것이다. 칼레드는 “바로 이런 식으로 IS는 시리아를 점령했다. FSA가 통치하는 마을과 지역마다 첩자를 심어놓았고, 첩자들은 FSA 내부에도 침투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FBI 등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암 알다올라’는 FSA나 시리아 아사드 정부, 또는 서방 국가의 스파이를 색출하거나 전화 감청을 하거나 불법 인터넷 접속을 감시하거나 억류된 포로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참수 동영상에 종종 등장했던 영국 태생의 ‘지하디 존’ 역시 ‘암 알다올라’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S가 조직원들을 유입하고 주민들을 통치하는 데 가장 유효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로 ‘공포심’과 ‘돈’이라고 칼레드는 말했다. IS는 엄격한 규율에 따라 점령지의 주민들을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부녀자에게 말을 걸거나 담배를 피거나 혹은 술을 마실 경우 모두 처벌받게 된다.
시리아 알바브 외곽의 광장 한가운데는 늘 철창으로 된 우리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는 주로 범법자들을 3일간 가둬두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또는 길에서 처녀와 어울렸다는 이유로, 또는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 등으로 철창신세를 지곤 한다. 술을 마시다 적발돼 광장에서 채찍으로 80대를 맞는 형벌에 처해진 남성도 있었다.
스파이로 발각된 조직원은 가차없이 처형하고 시신을 광장에 매달아 놓는 일도 다반사다.
또 한번은 한 남성이 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를 IS 정보기관 인근 곳곳에 설치한 사실이 발각되자 그를 체포한 후 잔혹하게 참수했으며, 잘린 머리는 장대에 꽂아 3일 동안 광장에 보란 듯이 걸어두기도 했었다.
IS의 종교 경찰인 ‘알 히스바’는 샤리아 율법에 따라 주민들의 생활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가령 식당에서 먹은 ‘피타(중동에서 즐겨 먹는 납작한 구운 빵)’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혹은 식당의 위생이 불결하다거나 혹은 해충이 득실거린다면 ‘히스바’를 부르면 된다. 위생이 불결한 식당은 15일간 강제로 문을 닫는 식으로 처벌을 받는다.
‘히스바’의 수는 15~20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밴을 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확성기로 “기도할 시간입니다! 모스크로 가세요!”라든가 “거기 여성분, 당장 얼굴을 가리세요!”라고 말하면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IS라고 해도 오로지 ‘공포심’ 하나만으로는 조직원들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 때문에 IS는 조직원들에게 풍족한 부를 제공해주곤 한다. 대개의 경우 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거나, 혹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IS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칼레드에 따르면 IS 조직원들은 매달 100달러(약 11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월급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생활비를 IS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월급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월세를 내준다거나 전기료 등 생활비를 대주기도 하며, 결혼을 했을 경우에는 아내 앞으로 매달 50달러(약 6만 원)가 더 지급되며, 자녀가 있을 경우 한 명당 35달러(약 4만 원)씩, 그리고 부모를 모시고 있을 경우에는 부모 앞으로도 50달러가 추가로 더 지급된다.
칼레드는 “바로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이 IS에 가담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한 벽돌공은 일당 1000리라(약 1만 5000원)를 받고 일하고 있었다. 그건 거의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IS에 자원한 후에는 매달 600~700달러(약 70~80만 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IS 조직원들은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 칼레드는 “누구나 종합병원이나 동네 의원을 찾아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만일 점령지 내의 병원을 갈 수 없고 해외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IS가 대신 비용을 지불해준다. 가령 암에 걸렸거나 인접한 터키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모든 비용을 대준다. 호텔 체류비까지 대준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칼레드는 시리아를 가리켜 ‘5성급 지하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IS는 이런 돈을 어디서 충당하는 걸까. 역대 가장 부유한 테러단체로 알려진 IS는 현재 총 13억 파운드(약 2조 3000억 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S의 수입원은 실로 다양하다. 가장 큰 돈줄은 유전이며, 이밖에 주민들로부터 징수하는 세금, 인질 몸값, 발전소 전력, 유물 밀거래, 농작물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 열 곳의 유전을 점령한 IS가 매일 원유를 팔아서 버는 돈은 무려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질 몸값으로는 지난해에만 3000만 파운드(약 530억 원)를 벌었으며, 시리아 내 최소 여덟 개의 발전소를 점령한 후 발전소의 전력을 시리아 정부군 주둔 지역에 공급하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주민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세금 또한 막대하다. 점령지 주민들은 누구나 20%의 소득세를 내야하며, 장사를 하는 경우 매출액의 2.5%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한 이밖에도 도로세, 통행세 등의 관세도 징수하며, 이른바 ‘이주세’라는 것도 징수하고 있다. ‘이주세’는 주민들이 점령지역을 떠나길 원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650파운드(약 115만 원)의 세금이다. 이밖에도 기독교도인들을 상대로는 ‘종교세’를 징수하고 있는데, 이를 내지 않을 경우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하고 있다.
IS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금줄을 끊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