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수대학을 거쳐 전략로켓사령부에서 활동하는 사관급 기술 병정이 1만 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3월 김정은이 인민군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2년 3월, 김정은은 전략로켓사령부를 시찰했다. 당시 김정은은 “총대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지켜내야 하는 군대에게 있어 싸움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싸움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화력 타격으로 원수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라”는 섬뜩한 격려사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북한 최고지도자의 해당 부대 방문은 김정은이 처음은 아니었다. 김일성은 지난 1974년 8월, 김정일은 지난 2008년 3월 각각 해당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손수 격려한 바 있다. 허나 당시 부대에 대한 최고지도자들의 공식적으로 표현된 처우나 표현의 강도는 김정은의 그것과 비교가 안 된다. 김정일은 이날 전략로켓사령부를 두고 ‘내 아들과 같은 부대’라 칭했다.
거대 군사 집단인 북한 군부에서도 일개 부대를 꼭 짚어 ‘아들’로 칭했다는 것은 김정일이 이 부대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이런 특별대우를 공식화하는 것은 부담되는 대목이다. 자칫하면 다른 부대의 사기를 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에 이어 다른 부대와 차별을 두면서까지 무리수를 뒀다는 것은 그가 전략로켓사령부의 가치를 어떤 비중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전략미사일 발사 배경에는 이 전략로켓사령부가 있다. 그 시작은 미미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당 부대의 명칭은 미사일지도국이었다. 미사일지도국은 북한군 총참모부, 그것도 포병사령부 소속의 일개 국 단위의 전문부대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김정은이 후계자로 언급되기 시작한 2008년을 기점으로 사령부급으로 재편됐다. 여기에 김정은은 지난 2014년 전략로켓사령부를 전략군으로 다시 한 번 개편했다.
김정일은 이미 유훈을 통해 핵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의 극대화를 주문한 바 있다. 즉, 후계세습을 얼마 앞두고 해당 부대를 사령부급으로 급히 격상시킨 것은 아버지 김정일이 아들을 위해 준비한 일종의 ‘후계작업’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현재 전략로켓사령부는 미사일을 포함한 기존의 대공·해상 방어 및 공격무기는 물론 이제는 생화학 전략무기까지 다루는 거대 부대가 됐다. 타깃으로 따지면 대남 및 대미 공격 및 방어 부대로 재편됐다. 특히 기존의 미사일지도국의 재래식 미사일에 생화학 및 전략탄두까지 결합된 것은 결국 미사일공격 전략을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당 20억 원이 훌쩍 넘는 스커드미사일의 경우, 핵탄두를 포함한 고농축 폭약을 아무리 전략적으로 탑재한다 해도 사정 반경은 축구장 크기를 넘기 힘들다(현재 북한 내부에선 스커드미사일에 1t 분량의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반경 10km를 사정권에 둔다고 교육하고 있지만 실제 그럴지는 미지수).
하지만, 탄두에 화학 혹은 생물학 물질을 첨가하면, 그 살상용 사거리 반경은 기존의 100배를 훌쩍 넘기게 된다. 즉, 북한 핵전략의 진짜 배경인 비대칭무기 극대화의 중요한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해당 부대의 규모는 제법 크다. 현재 전략로켓사령부는 13개의 산하부대(일명 분서)를 두고 있다. 북한 특유의 부대 단위인 분서는 한국으로 따지면, 연대와 여단의 중간 규모라 할 수 있다. 1개 분서는 1200~1800명으로 파악되며 이 수치로 어림잡는다면, 해당 사령부의 규모는 초기 대략 1만 5000여 명 규모에서 약 3만 명 규모 정도로 파악된다.
규모도 규모지만 더 주목되는 것은 해당 사령부 장병의 30~40%가 사관(군관 및 초기복무 이상의 기술사관)급 이상의 기술 장병이라는 사실이다. 한 부대의 사관급 장병 비율로 따지면, 이는 북한 각 군부대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략 미사일 전문 사관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출되는 것일까.
필자는 해당 사령부와 관련해 수년간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입수하려 노력했고 몇 가지 유의미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중 중첩되는 부분이 사령부 산하의 특수대학의 존재였다. 일명 ‘소백수대학’이라 불리는 전략로켓사령부 산하 고등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앞서의 사관급 인력들을 대다수 배출하고 있다. 즉, 전략로켓사령부의 최근 주축 인력들은 이 대학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는 사실이다.
북한 내부에 따르면, 이 ‘소백수대학’은 지난 2000년경 평안남도 은산군(기존 순천시)에 있는 포병군관학교 미사일부문을 중심으로 독립시켜 개교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소백수’가 어디인가. 이는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의 탄생지로 선전하고 있는 백두밀영의 한 지류다. 구체적으로 백두산에서 압록강으로 이어지는 지류이며 최소한 북한 내부에서만큼은 무척이나 신성한 곳이다. 대학을 설치할 당시 김정일은 자기의 탄생설화와 직결되는 이 신성한 곳의 지명을 대학의 이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것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현재 ‘소백수대학’을 거쳐 사령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관급 기술병정은 무려 1만 2000~3000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령부에서 필요한 각종 부품 및 군수품 조달을 위한 외화벌이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명 ‘소백수무역총회사’의 간판을 달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미국 본토까지 넘보는 북한산 탄도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이렇게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 가능했다. 북한 내에 대량살상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기술자 1만 명 이상을 배출한 고등교육기관의 존재와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령부급 부대가 촘촘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것도 최고지도자의 남다른 배려와 특혜 속에서 말이다.
현재 전략로켓사령부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김락겸 사령관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직후였던 2010년 10월, 김락겸은 중장으로 진급했으며 최근에는 상장으로 진급했다는 설도 나온다. 게다가 그는 지난 2012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승격되며 대내외적으로 힘을 받았다. 김락겸 전임자였던 최상려 역시 현재 상장으로 승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략로켓사령부의 비중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고순도 알루미늄 150톤’ 북한 밀반입 속사정 “핵탄두 100개 개발이 목표” 2012년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북한의 기존 영변 핵시설은 핵의 평화적 개발을 명분으로 핵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중수로였다. 정밀하고 높은 기술 수준이라면, 핵무기 소형화에 용이하지만 상용화 단계, 특히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김정일은 발전소 없이, 특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전략무기 개발 감시를 따돌릴 수 있고 핵무기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급 우라늄 물질 농축이 가능한 원심분리기 생산에 돌입했던 것이다. 이는 같은 양의 핵무기를 생산함에 있어 플루토늄 중수로보다 경제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수소탄이나 중성자탄을 만들 수 있는 기초물질이 될 수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을 비밀스럽게 이행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여 김정은은 약 5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제작해 핵무기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조사된다. 대략적으로 원심분리기 1000개는 1년에 약 10㎏의 우라늄을 뽑아낼 수 있고,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에는 약 20㎏의 우라늄이 필요하다. 즉, 5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해 마다 얻을 수 있는 핵탄두는 적어도 2~3개가 된다. 현재 북한은 이 과정을 거쳐 플루토늄 3~4개와 우라늄 10~15개 정도의 조잡한 재래식 핵폭탄과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합 최대 20개의 전략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북한 정권은 최종적으로 최대 100개의 핵탄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한국과 일본의 견제는 물론 미국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또 한 가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 앞서의 단순 미사일 기술과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기술, 즉 SLBM이다. 핵전쟁의 핵심은 첫 타격에 대한 방어능력보다 얼마나 재빨리 재 타격에 들어갈 수 있느냐다. 초발탄은 상대국의 방어체계에 의해 유명 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잠수함에 탑재한 핵미사일은 외부의 감시를 피하기 아주 적합하여 제2 타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핵 대국들은 대부분 핵잠수함용 SLBM의 작전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력한다. 북한도 이미 상당수 소형화 핵폭탄을 위성추적이 어려운 육지 및 해상 수면 50m 아래에 감춰놨다는 첩보가 있다. 수면 아래로 핵미사일을 탑재해 잠수함을 운영하고, 또한 이를 대륙으로 즉각 발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이 관련 기술개발에 상당히 집착하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 기술을 어느 정도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 SLBM기술을 응용하려면 보편적 상식으로는 약 3000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이것을 넘어 1800톤급 이하의 소형 잠수함에도 이 기술을 응용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이야기다. 만약 이렇게 소형 잠수함에도 핵미사일을 탑재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으로서는 재앙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대부분이 구소련에서 들여온 구식이라는 점이다. 핵탄두 탑재 및 발사 기술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구형 잠수함은 음향 소나에 감지될 소지가 높다. 2000년 초 목격된 북한 잠수함의 엔진은 너무나 형편이 없어서, 이러한 소나에 금세 감지가 됐었다. 불과 10년 사이에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걸] |
필자 이윤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