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전쟁 그후 재계 지각변동 70-71면]
최근 면세점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주 주가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산과 신세계는 각각 동대문 두산타워와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에 면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우태윤·최준필 기자
롯데 잠실점과 SK 워커힐점 영업종료로 서울시내 면세점 매출액이 7000억 원가량 감소하지만 용산의 HDC신라 면세점과 여의도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및 신세계 명동본점, 두산 동대문점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면서 2조 5000억 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이 16조 원에 달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5년 내에 시장이 두 배나 성장한다는 뜻이다. 특히 주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국 중산층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기준 중국인 해외출국자수 비중은 8%로, 한국의 31%, 선진국의 40%에 한참 못 미친다.
여기까지만 보면 장밋빛 전망이 가능할 듯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먼저 지난 2013년 면세점 사업을 규제하는 관세법이 바뀌었다. 2013년 법 개정 이전까지는 영업상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10년 단위로 갱신됐으나 특허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고 재입찰을 통해 경쟁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10년 단위로 사실상 자동 재승인을 받으면 됐지만, 이제는 5년마다 신규 신청자와 경쟁을 벌여 이겨야 한다.
한국투자증권 최민하 연구원은 “면세점은 운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고, 백화점과 달리 상품을 직접 구매해야 해 재고 부담도 크다”면서 “5년 안에 투자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재입찰 경쟁에서 탈락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첫 5년 안에 투자금 회수도 어렵고, 설령 한 번 갱신된다고 해도 10년 만에 자격을 빼앗기게 되면 기회비용과 브랜드 인지도 손실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10월에는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현행 0.05%에서 5%(중소·중견은 1%)로 인상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당장 세금이 100배나 오르게 된 셈이다.
정부가 대기업 승인 요건에서 사회환원도를 반영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심사에서도 롯데 두산 SK 등은 총수까지 나서 수백억 원대의 대규모 사회환원을 공약했다.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모델을 사회기여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기 어려운 셈이다.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롯데의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감안한 처사라 치더라도, 23년 동안 시내 면세점을 운영해 온 SK네트웍스가 약 1000억 원을 투자하여 워커힐 사업장을 확장하고 있었음에도 사업권을 잃었다”면서 “사업권 취득을 위해 적극적인 사회환원책을 제시하고 있어 영업이익률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면세점 사업가치 산정에 있어서 고민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면서 면세점 관련주 주가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11월 들어 호텔신라가 -15%, 두산이 -11%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경쟁에서 패한 롯데와 SK네트웍스는 각각 -4%, -17% 밀렸다. 그나마 신세계가 10%가량 올랐지만, 사업자 선정 발표 전 대비 상승폭은 절반에 불과하다. 이기고 나서 주가가 덜 오른 셈이다.
이런 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가 꼽는 면세점 관련 최선호주는 단연 호텔신라다. 두산은 동대문이란 입지가 다소 불리하고, 신세계의 경우 명동에서 기존 강자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롯데와의 경쟁에 따른 비용이 부담이다. 반면 호텔신라는 장충동 면세점의 매출이 견조하고, HDC신라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수익성에서 롯데를 앞지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호텔신라는 명품 소싱 능력과 마케팅 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부진 사장이 해외면세점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에 가려졌지만 하나투어 자회사(지분율 76.8%) SM면세점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종목이다. SM면세점은 인천공항과 서울시내 면세점에 동시에 신규 진출하는 업체로 국내 최대 여행사가 모회사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SM면세점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특허수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매출은 작지만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