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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뤘든 그 꿈이 이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든 간에 끊임없이 해외진출을 꾀하며 희망의 애드벌룬을 띄우는 선수들을 유형별로 나눠 보았다.
1. 007작전이 따로 없다.
<이을용, 송종국>
이을용의 터키 진출은 어떤 언론에서도 냄새를 맡지 못했을 만큼 일급 비밀로 진행됐다. 이을용이 터키로 출국하기 전날 구단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을용의 이적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J리그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연막 작전을 폈을 정도였다.
그 배경엔 에이전트를 담당한 최호규씨의 화려한(?) 이력도 한몫했다. 최용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행 파문의 장본인이 최씨이다보니 구단으로선 더욱 조심스러웠고 최씨도 지난날의 악몽과 오명을 벗기 위해선 확실히 ‘세팅’을 해놓은 뒤에 발표하는 것이 극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송종국의 네덜란드행은 체력 테스트를 위해 출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을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물론 부산 아이콘스의 최만희 부단장과 송종국의 에이전트인 장영철씨(프라임스포츠 대표)가 유럽으로 출국했을 때부터 이적문제가 가시권에 들어온 듯했지만 송종국이 직접 가서 체력 테스트를 받을 만큼 전격적으로 결정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부산 구단 홍보 관계자는 송종국의 몸값에 대해 “이을용보다는 많이 받을 것”이라고만 언급했다가 4백만달러(세금 포함)라는 거액을 받고 네덜란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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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유상철>
‘오픈 더 레코드’형은 해외 이적에 관한 한 모든 걸 오픈해서 언론에 공개하는 스타일이다. 안정환이 대표적인 인물. 월드컵 이전 여러 에이전트들에게 위임장을 써준 만큼 해외 이적에 관한 한 각기 다른 뉴스들이 월드컵 이후 한 달 동안 언론 매체를 장식했다.
에이전트들은 각자 언론 플레이를 하며 ‘설’들로 안정환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안정환 또한 해외 진출 진행 상황에 대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자들에게 성실히 알렸고 기자들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안정환의 진로에 대해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들로 지면을 장식하기 바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정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자들의 환영은 받았지만 실속이 없는 것.
유상철이 가시와 레이솔에서 고별 경기를 가질 때만 해도 유럽 진출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없어 보였다. 유상철도 유럽행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고 에이전트인 이영중씨(이반스포츠 대표)가 ‘해결사’의 역할을 해주리라 믿었다. 당시 국내 언론 보도의 대부분도 ‘유럽행 팀만 고르면 끝’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7월24일 고별전을 치른 이후 지금까지 팀도 고르지 못하고 이적료 문제로 난항을 겪으며 팀을 박차고 나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에이전트 이씨는 시시각각으로 진행 사항을 언론에 알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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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영표>
박지성의 해외진출은 언뜻 보면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하다. 에이전트 이철호씨가 얼마 전 네덜란드에 다녀왔는데 아직 이렇다할 ‘귀국 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현지 상황만 파악했을 뿐 이렇다할 진전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선 J리그 후 유럽 진출’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거듭하는 이유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다른 선수도 아닌 박지성의 경우 섣부른 속단은 금물이다.
어영부영하던 스타일이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깜짝 쇼’를 벌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영표도 해외 진출에 관한 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용하면서도 은근하게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연히 터키와 독일 에이전트들로부터 이영표 이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송종국과 제일 친하게 지내는 이영표는 지난 15일 올스타전에서 송종국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 포옹 속에는 네덜란드로 떠나는 송종국에 대한 한없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과연 이영표한테도 그런 꿈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