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 뒷모습 | ||
심판들은 최근 문제가 되었던 5경기에서 심판의 집중력 부족과 경기 운영 미숙, 소신 없는 판정 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또한 심판진의 내부 비판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심판들은 판정 시비의 가장 큰 이유로 감독들의 지나친 어필을 꼽았다. 응답자의 85%였다. 나머지는 선수의 어필, 심판의 오심, 서포터들의 야유 등을 꼽았다. 대부분의 심판들은 “선수의 어필은 감독의 지시나 묵인 하에서 이루어지며 서포터들도 감독의 행동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며 감독이 어필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응답자는 “어필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한 L감독은 경기 시작 전 찾아와서 ‘이번에 비디오 판독에서 오심한 것이 발견되면 반드시 제소하겠다’고 압력을 넣고 갔다”고 고백했다.
감정에 치우쳐 편파 판정을 하거나 특정 선수가 미워 공정하지 못한 판정을 했던 경험에 대해 94% 이상이 “그런 적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 심판은 “다들 없다고 대답하지만 주위 분위기가 심판을 욕하는 쪽으로 흐르면 무의식적으로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고 말했다.
▲ 지난 15일 벌어진 올스타전의 한 장면으로 기사 내 특정 사실과는 관련 없다. 이종현 기자 | ||
한편 각 구단 감독들이 가장 문제시하고 있는 원칙 없는 판정, 즉 보상 판정에 대해는 89%에 이르는 다수가 보상 판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한 심판은 “사실 냉정하게 가려면 갈 수 있지만 담이 약한 사람도 있고 ‘공정함’의 개념이 헷갈려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89%의 심판이 자신의 판결에 의구심을 가진다고 답변했다. 심판들이 생각하는 오심판정이 가장 많다고 느끼는 부분은 오프사이드, 태클 순으로 조사됐다.
구단이 주최하는 대가성 있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13%의 심판이 가끔 로비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해 아직까지 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판은 “예전에는 금품을 수수한다는 얘기가 떠돌기는 했지만 프로 심판인 경우 보는 눈이 많아서 직접적인 뇌물은 받기 힘드나 질펀한 술접대를 가끔 받기는 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경기 과열로 인해 선수들이나 감독이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이 65%를 차지해 욕이나 기타 거친 언행에 반감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 상황이라면 넘어갈 수 있다는 답변도 35%나 됐다.
또한 외국인 선수와의 관계에서도 대부분의 감독이 판정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경기중 한 외국인 선수에게 강력한 어필을 받은 한 심판은 “여기 있는 용병들은 대다수가 영어를 못한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고 아직까지 한국 축구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 같아 심판판정까지 우습게 본다.
그리고 감독들도 몸값이 비싸서 그런지 너무 감싸려 들어 용병들이 쓸데없이 어필할 때도 제재하는 걸 못봤다”며 “앞으로도 용병들과의 마찰이 계속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 심판들의 불만은 일부 서포터들과 언론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축구 부흥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가끔 도가 지나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 심판은 “마침 가족이 구장에 와 있었는데 한 중학생 나이 정도 되는 서포터가 ‘심판 X새끼’라고 불러 가족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던 적이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감독들이 경기중에 어필하러 필드에 들어오고, 서포터들이 열광적으로 감독 이름을 연호할 때면 정당한 판정이었다고 해도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만다”고 말했다. 최근 울산전에서는 서포터들이 붙인 ‘심판 물러가라’라는 플래카드 때문에 심판진이 입장을 거부해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언론과 관련해서는 방송 해설위원에 불만이 크다고 한다. 한마디로 시청자들이 상황을 판단하기 전에, 잘못된 해설로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 특히 토론을 마치고 이뤄진 심판 교육장에서 교재로 쓰인 경기장면에서 모 방송국 인기 해설위원의 해설에 대해 실소와 비판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도중 눈에 띄는 것은 판정에 대해 심판들의 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