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 ‘방출설’ 일지 보도 국내서 확대 월드컵 때 최대 피해자 | ||
특히 팀 이적이나 트레이드에 관한 문제들은 인생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사화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최용수(29·이치하라)의 방출설은 지난 7월31일 <스포츠니폰>에서 “이치하라가 터키의 간판 공격수 일한 만시즈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서 비롯됐다. 그 기사를 본 국내 스포츠신문 중 한 곳에서는 만시즈의 영입으로 최용수의 입지가 좁아져 국내로 컴백할 가능성이 높다는 확대 해석 기사를 내놓았다. 그것도 친정팀인 안양이 유력하다며 조광래 안양 감독과의 인터뷰를 담아 기사의 무게를 더했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일본 내 타구단이나 다른 국가로의 이적설도 뒷받침했다.
일본에 있는 최용수는 당연히 이 기사를 보지 못했고 서울에 있는 가족들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을 통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순간 가족들은 발칵 뒤집혀졌다. 즉시 최용수에게 확인 전화를 넣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최용수도 날벼락 맞은 기분으로 구단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게 됐다.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은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어떻게 그런 기사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쓸 수 있느냐 하는 것.
최용수는 벵글로스 감독에게 확실한 입장 표명을 부탁했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벵글로스 감독이 기자들에게 “최용수는 여전히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말로 최용수의 방출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최용수로선 이만저만 상심이 컸던 일이 아니었다.
지난 월드컵 개막 전에도 ‘최용수 의혹 항명인가 부상인가’라는 제목으로 최용수의 훈련 불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다친 뒤 제대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최용수의 상태를 항명 운운하는 바람에 이 사실을 알게된 히딩크 감독이 대로했고 선수들을 소집해서 기자와의 접촉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 지난 15일 올스타전에서 만나 인사하는 김남일 (왼쪽)과 송종국. 이종현 기자jhlee@ilyo.co.kr | ||
최용수는 월드컵 때부터 시작된 여러 가지 ‘악재’를 씻어버리려는 듯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남일이 독일로 진출한다고 대서특필한 기사도 정작 당사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월드컵 직후 김남일의 해외 진출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독일의 현지 에이전트도 적극적으로 팀을 알아보고 있었고 구단측에서도 조건만 맞는다면 안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스포츠신문마다 김남일의 유럽진출을 기사화했고 이런 팀 저런 팀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면 톱을 장식할 정도였다.
그러는 상황들이 이어지다가 유독 한 신문에서 독일로의 진출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내용들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혀 근거가 없는 기사였다. 김남일은 “제발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띄우는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며 기자들을 향해 부탁한 적이 있었다. 소문을 사실처럼 쓰는 바람에 정작 당사자인 자신만 상처를 받는다며 하소연했다.
송종국의 네덜란드행이 결정되기 전까지 스포츠신문들은 앞다퉈 송종국의 몸값을 책정하며 해외진출에 대한 청신호 또는 적신호를 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소속팀인 부산 아이콘스도 언론의 널뛰기 몸값에 정신을 빠트리고 있는 가운데 하루는 한 신문에 난 기사를 읽고 흥분을 금치 못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의 말을 옮겨보자.
“얼마 전 그 신문사 기자와 식사를 하며 송종국에 대한 얘기를 나눴지. 이적료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다 그 기자가 이런 제안을 하대. 언론에서 3백만, 4백만하며 떠드는데 아예 1천만달러라고 못박으면 송종국을 넘보는 구단이 없을 것 아니냐는 소리였어. 농담이었기 때문에 서로 껄껄 웃고 넘어갔지. 그런데 다음날 기사에 구단에서 1천만달러 아니면 안판다는 기사가 나온 거야.”
그 일이 있은 후로 구단 관계자는 신문을 보고 확인차 전화를 걸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요즘 통 신문을 보지 못해서 무슨 기사가 났는지 모른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