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박해진, 이종석, 이민호(왼쪽부터) 등의 매니저를 사칭해 중국 한류 시장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요신문 DB
이민호 화보집 사기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피해자인 50대 여성은 이민호 화보 제작 투자금으로 6억 원을 건넸으며 1년 이내에 원금을 돌려받으며 화보 수익금의 18%도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연예기획사 대표인 유명 여자 연예인의 남편 A 씨는 이민호 화보집이 6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지급할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A 씨는 투자금에 대해서는 이미 변제를 약속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전액 변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자금이 생기는 대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매출액에 대해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이민호 화보집의 수익금이 10억여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A 씨는 실제 매출이 6억 원가량이라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약속된 수익금의 18%에 영향을 미친다. 10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A 씨가 피해자에게 수천만 원대의 수익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6억여 원의 매출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면 수익금 지급액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찰의 손을 떠난 이번 사건은 이제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눈길을 끄는 부분은 A 씨가 현직 연예기획사 대표이자 유명 여자 연예인의 남편이라는 점이다. 또한 A 씨에게 피해자를 소개한 이도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B 씨로 알려져 있다.
A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이민호의 화보집의 중국 유통 계약이 전면 취소되면서 예상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민호는 단연 중국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한류스타다. 따라서 이민호의 화보집은 중국 시장이 한국 시장만큼, 아니 더 중요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시장 문제가 원활히 풀리지 않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다.
분명 중국은 연예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시장이 매우 넓다. 일본 한류가 일부 한류팬에게 국한됐던 데 반해 중국 한류는 보다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은 국가다. 이로 인해 국내 연예계에서 다소 입지가 좁아진 연예관계자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으로 진출해 중국 드라마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박해진은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수차례나 된다고 한다. 대부분 박해진의 소속사 관계자라고 사칭한 불법 에이전트들이 벌인 사기 행각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연예관계자라는 점이다.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입지가 좁아진 뒤 중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불법 에이전트가 된 것이다. 심지어 인기 스타를 여럿 배출해낸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인 이들도 있다. 이들은 국내 연예계와의 친분을 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나 역시 친하게 지내던 연예기획사 대표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그분 역시 처음엔 중국 쪽하고 연계한 사업을 진행하려 했는데 일이 잘 안 풀리면서 급전이 필요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국내 연예계에는 나를 비롯해 친분 있는 이들이 꽤 있다 보니 그들과의 친분을 통해 마치 자신이 유명한 한류스타의 일을 대행해주는 것처럼 속이고 다닌 모양이다. 나중에 그쪽 소속사에서 알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거 막느라 나도 좀 고생을 했다.”
유커(중국 관광객)의 한류 관광 관련 브로커가 된 연예관계자들도 있다. 과거 한류 관광 상품은 한류 스타의 집과 사무실, 단골집 등을 도는 사생팬 스타일 관광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직접 스타들을 만나는 팬미팅 개념의 관광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공개방송 관람 등이 추가된 관광 상품도 있다. 과거 연예계에서 일했던 전직 매니저들이 여행사와 손잡고 팬 미팅 행사를 주선하거나 공개방송 티켓을 구해주는 일을 하는 것. 그렇지만 약속된 팬 미팅이 성사되지 않는 등 사기성 한류 관광 상품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사기 사건이나 사기성 한류 관광 상품 등이 계속되면서 중국 한류가 조금씩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이 연예관계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다. 그렇지만 평소 친분 있는 연예관계자들이 연루돼 있다는 까닭에 정작 연예계에선 이를 크게 문제화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