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승기 안양 KGC 감독대행, 추승균 전주 KCC 감독. 사진제공=KBL
김승기 감독대행의 현역 시절 별명은 ‘터보가드’였다. 저돌적인 플레이와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이 돋보였던 그는 안양 KGC를 전담한 이후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전임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 오세근과 전성현의 불법스포츠도박 파문 등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팀 전체가 흔들렸지만 김승기 감독대행은 선수들과 힘든 과정을 함께 헤쳐 나왔다.
“개막전 이후 4연패에 빠질 때만 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의기소침했고, 나도 우리 팀의 문제점을 찾느라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핵심 멤버였던 오세근, 전성현이 빠진 데다 박찬희, 이정현은 대표팀에 차출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개막 이후 4연패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팀이 살아날 기미를 보인 건 아시아농구선수권을 마치고 돌아온 대표팀 선수들의 합류 이후부터였다. 그들이 뛰기 시작하면서 여름 동안 호흡을 맞췄던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시즌 초반의 고비를 넘어서면서 선수들이 ‘독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고 있고, 이런 흐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한층 상승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 감독대행은 “워낙 수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발만 제대로 떼어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었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다. “훈련할 때마다 가로채기를 진짜 많이 강조했다. ‘공을 넣는 것도 재미있지만 뺏는 건 더 재미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거침없이 달려들어라. 그리고 스틸하는 걸 즐겨라’하는 얘길 자주 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스틸 부문 1위에 올라 있더라.”
안양 KGC는 11월 20일 전자랜드전까지 홈 11연승을 내달렸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에게 ‘홈깡패’란 수식어를 붙여줬다.
40대 초반의 두 젊은 감독이 프로농구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김승기 감독대행(위)과 추승균 감독. 사진제공=KBL
“감독님이 그만두신 상황에서 내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만두려 했었다. 선수들한테는 미안했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 구단과 선수들이 만류했다. 주위 농구 선배들도 내게 살아남아서 버티고 이겨내라고 조언했다. 그 시간이 꽤 힘들었다. 그래서 시즌 개막하고도 한동안은 코트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적응이 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거쳐 지금의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자신만 헤매지 않는다면 올 시즌 안양 KGC의 성적은 기대해 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안양 KGC 선수들 면면을 보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벤치 멤버로 앉아 있는 상황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힌 문성곤은 출전 기회조차 못 얻는다. 그만큼 막강 멤버들을 구축하고 있다. 감독으로서 KGC 선수들을 보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안양 KGC를 바짝 뒤쫓고 있는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의 설명이다. 추 감독은 안양 KGC의 선수 구성이 국가대표 급이라고 말했다. 오세근, 이정현, 양희종 등 프로필도 화려하다. 그런 선수 구성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김승기 감독대행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추 감독도 올 시즌 만만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최근 3년 동안 하위권에 머물던 팀 성적을 6강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여름 동안 KC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덕분에 11월 20일 현재 단독 4위에 올랐다.
“전임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이 팀을 이끌며 해놓은 부분들을 하루아침에 내 스타일로 바꾸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바꿔가자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의외로 잘 따라와 줬다. 올 시즌 국내 선수들 중에 (전)태풍이가 영입된 것 외에 전력 면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아졌다. (하)승진이랑 (김)태술이가 대표팀 다녀와서 부상 정도,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그 안에서 나름 역할들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추승균 감독은 KBL 사령탑 가운데 데뷔한 팀에서 은퇴한 뒤 그 팀 코치를 거쳐 지휘봉을 잡은 최초의 사령탑이다. 그래서인지 추 감독은 선수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의외로 크고 깊었다.
“팬들이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올 시즌 우리 팀 유니폼에 ‘별’들이 사라졌다. 그동안 우리의 우승 횟수였던 별 5개가 올 시즌 자취를 감췄다.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더 이상 과거의 우승 히스토리에 얽매이지 말고 올 시즌 우리가 새로운 별을 붙이자는 뜻에서 별을 달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팀은 어느 해보다 성적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
추승균 감독은 허재 전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허재 전 감독이 다소 거칠게 감정 표현을 했었다면 추 감독은 선수들과 가슴 대 가슴으로 대화하려 노력한다.
“선수들과 ‘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들을 신뢰하고 신뢰를 주는 감독과 선수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 선수들이 코트에서 신바람을 내는 것 같다.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추 감독은 상대팀으로 만나는 안양 KGC의 기세를 쉽게 제어하기가 벅차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까지 모든 팀들과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이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안양 KGC 김승기 감독대행은 전창진, 강동희 전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만 10년 차다. 추승균 감독은 3년을 허재 전 감독 밑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