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
세종 시대에 명나라가 요리 만드는 처녀들을 공녀로 요구하자, 궁중 요리는 남자의 영역이라 여자들이 아는 게 아니라며 당황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왕실에서 궁중 요리를 담당했던 숙수들은 모두 남자였고, 반가나 민가에서도 손수 요리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실학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직접 요리하고, 레시피를 공유하고, 농사를 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조선시대에도 미식을 탐닉한 인물이 많다.
고려 말의 마지막 충신이자 조선에 성리학을 소개한 장본인인 이색은 먹는 것을 밝히기로 유명하며 고려 말 먹거리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남겼다. 스스로 식탐이 심하다며 ‘나이 들어 나처럼 먹을 거 밝히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시를 읊었고, 이를 뽑은 후에는 맛있는 걸 먹기 힘들어졌다고 슬퍼하기도 했다.
집현전 출신으로 여섯 임금을 섬긴 서거정은 게를 사랑하고 차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하여 뛰어난 글 솜씨로 이 맛있는 음식들을 노래했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은 아버지 영향으로 식도락에 눈 뜨고 잘사는 처가 덕에 맛의 호사를 누렸다. 그는 귀양을 갈 때도 맛있는 음식이 있는 장소를 골라 갔으며, 귀양 생활 탓에 전과 같은 식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되자 자신이 과거 먹었던 먹거리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것이 조선 전국의 식도락 리스트인 <도문대작>이다.
평생에 걸쳐 먹거리를 연구하고 먹었으며, 마침내 직접 농사까지 지은 인물이 있으니, 그는 정약용이다. 정조의 귀여움을 받던 시절에는 직접 온갖 요리를 해서 먹었으며, 귀양을 가서는 참외 농사도 짓고 장도 직접 담근 인물이다.
이처럼 <요리하는 조선 남자>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당대 조선인들이 먹을 것에 탐닉한 순간,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한 지음. 청아출판사.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