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림이 누나는 나에게 ‘여자’가 아니다. 친누나처럼 친한 사이다. 누군가 경림이 누나와 나 사이를 연인이라고 한다면 나랑 경림이 누나는 서로 웃고 만다. 내가 경림이 누나를 만난 것은 사실 한두 달 정도 밖에 안 된다. 우연한 기회에 식사를 함께 하게 됐는데,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금방 친해졌다.
경림이 누나와 통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정말 내가 힘들고 어렵고 경기도 잘 안풀릴 때 누나와 대화를 나누면 위로가 될 정도다. 누나 특유의 터프한 스타일에 시원시원한 성격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아마 누구라도 경림이 누나를 만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친해지고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독일전 전날 경림이 누나를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 이천수는 ‘박경림 세리머니’까지 준비했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지난 7월2일 카퍼레이드 모습. | ||
월드컵 시작 전에 경림이 누나가 나에게 월드컵 표를 좀 달라고 했다. 사실 선수들 가족용으로 나오는 표가 있지만, “에이 누나, 그걸 어떻게 줘!”하면서 주지 않았다. 하지만 누나가 워낙 졸라서 내가 “알았어, 내가 8강 들어가면 줄게, 8강!”이라고 말해버렸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가 8강에 진출할지 누가 알았겠나. 경림이 누나도 8강 입성 후라는 말에 체념한 듯 “에이! 그럼 주지마, 됐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국팀은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했고 놀랍게도 8강까지 진입을 한 것이다. 어김없이 경림이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다. 누나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였다. “천수야, 너 8강 들어가면 표 준댔지? 준댔지?” 할 수 없이 나는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표를 주고 말았다.
독일전 전날의 만남은 입장권을 받은 경림이 누나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만났던 것이다. 그날 경림이 누나 매니지먼트사 사장님이 나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누나에게 “천수 힘든데, 밥이나 사줘라”하고 법인카드까지 줬다고 한다. 광주에서 게임이 끝난 후 우리는 바로 서울로 올라가게 됐다. 누나도 마침 광주에 촬영이 있어서 광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서울로 바로 올라간다고 하자 누나도 그럼 서울로 올라가서 만나자고 했다.
사실 누나가 밥 사준다고 법인카드까지 받아들었는데, 그걸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나는 누나를 만나 청담동의 한 고깃집에 갔다. 사실 그 고깃집에 나와 누나 단 둘이 간 것도 아니다. NRG의 이성진, 탤런트 이동욱 등 남자가 총 6명이었고 여자는 누나 한 사람뿐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우리가 밥 먹는 것을 보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나보다. 스포츠신문에 기사도 나왔다. 그냥 밥 먹고 차 마신 정도인데, 그렇게 소문이 나니까 나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 SBS 새 드라마 <라이벌>에 출연하는 박경림. | ||
솔직히 경림이 누나는 장난으로도 스캔들이 많이 나는 편이다. 누나도 그런 거에 별로 신경을 안쓴다. 사실 이천수랑 박경림이랑 사귄다고 하면 그걸 누가 믿겠는가.
그 ‘사건’이 있은 뒤 월드컵 최종 만찬 때 조선비치호텔에서 나는 다시 누나와 만났다. 그 행사장에서 경림이 누나는 노래를 한 곡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누나는 나에게 미리 “야, 천수야, 너 나랑 스캔들 난 거 내가 오늘 재미있게 이야기할게”라고 말한 뒤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기, 제가 이천수 선수랑 스캔들 난 거 아시죠? 사실은 제가 김남일이나 송종국 선수랑 나게 해달라고 그랬는데, 너무 비싸서 할 수 없이 이천수 선수랑 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혹시나 누나는 나의 마음이 상했을까봐 나중에 나에게 또 이런 말도 했다. “천수야, 너 내 맘 알지?” 지금도 생각하면 ‘이천수-박경림 열애설’은 웃기는 해프닝이었다.
경림이 누나뿐만이 아니라 나는 친한 연예인들이 몇몇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 연예인들보다는 남자 연예인들이 더 많다. 탤런트 류시원, 원빈, 심태윤, 최수종, 개그맨 윤정수, 염경환, 남희석, 주영훈, 컨츄리 꼬꼬 형들이 모두 나와 친하다. 형들이 일단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준다. 때론 미안할 정도로 나를 감싸주고 위로해 준다.
여자 연예인이라면 코요테의 신지와 샤크라의 려원이 나와 친하다. 이 친구들은 너무 터프해서 내가 통화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남자랑 통화한 줄 안다.
“야, 너 어제도 술 먹었냐? 술 좀 작작 마셔라. 응!”뭐 대강 이런 대화들을 하니까 내가 여자랑 통화하는지 누가 알까.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쿨’의 김성수 형이 생각이 난다. 한번은 언론에 성수형과 내가 의형제를 맺었다고 보도됐다. 사실 나는 그 보도가 나오기 전도 그렇고 그 다음에도 성수형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의형제가 된 셈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있다 우연히 성수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성수형은 주변사람들에게 “야, 너희들 얼굴 한 번 안보고 의형제 된 사람 있어? 이천수랑 나랑은 그런 사이야”라며 으스대는 건지, 장난치는 건지도 모를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 뒤에도 성수형이랑은 그렇게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털어놓은 김에 경림이 누나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 ‘박경림 세리머니’도 준비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번은 경림이 누나가 나에게 골을 넣으면 어떤 골 세리머니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기도하는 것밖에는 없다. 누나가 다시 물었다.
“천수야, 너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어?” 언제나 장난기 가득한 누나의 말투였다. “뭔데, 뭔지 알아야 들어줄 거 아니야.” “아니야, 말 못해. 들어준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 “에이, 그럼 말하지마”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누나는 그렇게 10분 동안이나 삐쳐 있었다. 할 수 없이 내가 들어주겠다며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런 부탁을 해오는 것이었다.
“천수야, 너 골 넣으면 내 ‘빠져 빠져’ 춤으로 세리머니 해줄 수 있겠니?”순간 나는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전 세계의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을 텐데, 어떻게 ‘빠져빠져’춤을 출 수 있을까? 웃겼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알았어 누나, 내가 꼭 박경림 세리머니 해줄게.”
누나는 자신의 춤을 어떻게 세리머니에 적용시킬지 다시 한 번 나에게 시범을 보이면서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만약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다면 영락없이 박경림 세리머니를 해야할 처지였다. 지금으로서는 골을 안넣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