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리더의 자리
특히 재임기간 중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에 맞서 기업은행이 취한 선제적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 경제위기는 여러 분야에 파급되어 많은 피해를 낳지만 아무래도 중소기업이 대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위기가 오면 은행들은 부실 증가를 의식해서 몸을 사릴 수밖에 없고 신용도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대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신용경색이 발생한다. 이 경우 경쟁력은 있는데도 유동성이 없어서 도산하는 중소기업들도 생겨난다.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정부를 설득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2008년 10월~2010년 말) 은행산업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의 90%를 기업은행이 홀로 담당함으로써 우리나라 4대 은행으로 부상하고 브랜드가치도 한 단계 상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30여 년간 정부기관에서 봉직했던 저자는 은행으로 옮겨 오면서 두 조직 간의 문화 차이를 실감한다. 이런 문화 차이는 국익을 추구하는 독점적 기관인 정부라는 특성과 이윤극대화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업의 본질에 따른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한쪽이 아닌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조직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짬짬이 은행점포를 방문하고 직원들에게 격려 전화를 걸고 회의 형식을 바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등 특히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에 힘썼다. 또한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사고방식이나 업무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등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09년 서비스 아이덴티티인 ‘스마트 서비스’를 선포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새로운 조직문화 선포식을 통해 고객의 행복 등 ‘핵심가치’를 정립하게 된다.
기업은행장으로서 이런 모든 활동의 기저에는 ‘계속기업’이라는 가치가 놓여 있었다. 전임 행장들의 행적과 후임 행장들의 활동을 염두에 두고 정해진 3년 임기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정을 바쳤다.
[온라인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