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인 콘텐츠 시장의 확산을 초반에 주도한 것은 사실 불법 인터넷 성인 방송이다. 국내의 합법적인 인터넷 성인 방송은 노출 수위 등이 제한돼 있다. 이에 몇몇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불법 인터넷 성인 방송을 시작했다. 당연히 노출 수위의 제한 따위는 없다. 점차 온갖 변태적인 쇼도 만연했다. 이것이 2000년대 중반의 이야기다.
불법 인터넷 성인 방송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소라넷과 같은 불법 성인 음란 사이트들이 다양한 해외 성인 콘텐츠를 유통시켰다. 불법 인터넷 성인 방송처럼 해외 서버를 이용했다. 그렇게 해외 포르노 전성시대가 열렸다. 서양 여성이 나오는 미국과 유럽의 포르노가 대거 유통됐지만 국내 네티즌들은 이보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 여성이 나오는 일본 AV(Adult Video)에 열광했다. ‘노모’라 불리는 모자이크 처리가 없는 포르노부터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지만 내용이나 기획이 참신한 일본 AV도 인기를 끌었다. 세운상가 등 불법적으로 성인 콘텐츠가 유통되는 곳을 직접 방문해야 어렵게 구할 수 있던 포르노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르노가 흔해지면서 네티즌들은 보다 자극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여성 동성애를 담은 ‘레즈물’부터 근친상간을 다룬 AV 등이 연이어 큰 인기를 누렸다. 아무래도 한국 불법 성인 콘텐츠 시장은 일본 AV 업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AV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곤 하기 때문이다. AV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정말 다양한 성인 콘텐츠가 제작된다. 레즈물이나 근친상간물 등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새 남성 동성애를 다룬 이반물까지 대거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유행의 중심은 단연 ‘몰카’다. 몰카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소라넷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계기 역시 몰카다. 다른 성인 콘텐츠와 달리 몰카는 일반인이 출연한다. 돈을 받고 해당 콘텐츠에 출연한 포르노 배우나 에로 배우 등과 달리 몰카에 출연하는 이들은 배우가 아닌 피해자다. 따라서 요즘 소라넷에 비난이 집중되고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는 진정한 까닭은 성인 음란물을 불법 유통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각종 몰카의 주된 유통 경로라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라도 성인 콘텐츠를 접하려는 이들의 욕구보다는 몰카 피해자의 사생활 및 인권 보호가 훨씬 더 중요하다.
소라넷에서 주로 유통된 몰카를 보면 공중목욕탕, 화장실 등은 기본이고 지하철, 헬스장, 길거리 등에서 도촬한 것들도 많다. 또한 키스방과 대딸방, 불법 마사지 업소와 같은 유사 성행위 업소에서 촬영한 몰카나 오피스텔 성매매나 룸살롱 2차 등 불법 성매매를 하며 촬영한 몰카도 있다. 심지어 여동생이나 부인의 샤워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며 올리는 이들도 있고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한 성인 콘텐츠 전문가는 최근의 흐름을 ‘성인 콘텐츠 업계의 유기농 열풍’이라고 설명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 유기농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저염식도 유행하고 있다. 성인업계 역시 비슷하다. 이미 극도로 자극적인 성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요즘 네티즌들은 더 이상 자극적인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극성은 떨어지지만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몰카를 찾는 트렌드가 대세다. 포르노 스타나 에로 배우들만큼 예쁘고 다듬어진 몸매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여성의 벗은 몸에 열광하는 게 바로 그런 까닭이다. 일반인 성관계 몰카 역시 마찬가지다. 화질이나 카메라 구도, 사운드 등은 포르노에 현전히 떨어지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연인 사이의 성관계라 리얼리티는 100%다. 여기에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 여전히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은 화장실 몰카를 본다. 아무리 이성의 특정 부위라지만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담긴 영상이다. 이보다 더 자극적인 성인 콘텐츠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