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근 들어 바이오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5월 27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플랜트 기공식. 왼쪽은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 바이오사업이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사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12월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고 알렸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제3공장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삼성 바이오사업 부문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의약품 연구개발을 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다. 따라서 복제약 시판과 새로운 공장 착공은 바이오사업의 두 축에서 모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이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할 당시 바이오는 의료기기와 함께 삼성의 미래를 담보할 사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삼성 신수종사업의 성과는 자동차 배터리와 의료기기 부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태양광과 LED(발광다이오드) 부문은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LED는 계속 하고 있으며 태양광 부문은 중국 업체들의 영향 등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2010년 당시 삼성이 2020년까지 23조 3000억 원 투자해 5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5대 신수종사업 중 투자금액과 매출목표가 가장 큰 사업은 바이오·의료기기 부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는 이재용 부회장의 ‘상징 사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를 테면 지난 시절 ‘이건희 회장의 전자’가 있었다면 미래에는 ‘이재용 회장의 바이오’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삼성이 바이오 부문에서 보인 성과는 미미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성과와 기술 수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 바이오가 보여준 것은 거의 없었다. 바이오사업이 태양광이나 LED처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5대 신수종사업의 재편 전망이 나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반박한다. 신수종사업 발표 이후 2011년 미국 퀸타일즈와 합작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으며 2012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인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 이후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을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제약은 워낙 오랜 연구개발 기간과 큰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라며 “바이오시밀러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보통 7~8년이 걸리는데 불과 3년 만에 개발했다는 것은 매우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신약 개발이 아닌 ‘복제약’에 치중하고 있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활약에 비하면 삼성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수십 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제약사들과 설립한 지 이제 겨우 3~4년밖에 되지 않는 회사를 비교하기는 무리”라며 “현재 신약 개발은 하지 않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류머티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브렌시스’는 이미 4년 전인 2011년 한화케미칼이 ‘다빅트렐’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용량 착오 문제로 시판하지 못했지만 한화케미칼이 진작 개발에 성공한 사실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개발 소식이 그리 큰 화제가 되지 못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한화케미칼과 기술 이전 계약을 한 미국 제약사 MSD는 한화케미칼이 시판에 실패하자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계약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시밀러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제네릭은 어디든 손쉽게 할 수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는 웬만한 제약회사들도 하지 못한다는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같은 복제약이라도 제네릭은 이미 기호와 공식 같은 게 나와 있어 똑같이 만들 수 있지만 바이오 의약품 분야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기본적으로 똑같이 만들 수 없다”며 “제네릭은 임상시험 과정이 필요 없지만 바이오시밀러는 꼭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바이오 부문에 속도를 붙이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을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들이 기술·특허 수출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린 것에 큰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글로벌 바이오업체들의 재편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3일에는 글로벌 바이오업체인 미국 화이자와 아일랜드의 앨러간의 합병이 결정됐다. 이 둘의 합병은 역대 최대 바이오 M&A로 꼽힌다.
무엇보다 바이오사업을 미래 삼성그룹을 이끌 이재용 부회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승부수가 될 사업은 결국 바이오 아니겠느냐”며 “사물인터넷 등 IT와 함께 바이오사업이 미래 삼성그룹의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바이오·제약 부문을 담당하는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구조만 봐도 삼성이 바이오사업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기준 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각각 46.30%를 나눠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 지분을 삼성물산(4.90%)과 퀸타일즈(2.50%)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7월 7일 유상증자, 9월 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삼성물산이 51.04%, 삼성전자가 46.79%를 보유하고 있다. 또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바이오사업은 이 부회장 후계 승계의 핵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것.
해가 거듭될수록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 부문을 삼성이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미래 삼성그룹의 모습이 전자와 금융 중심에서 전자와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비록 시장 환경 탓에 태양광 부문에서 차질이 빚어졌지만 신수종사업, 특히 바이오사업 강화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