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축구계에는 신생팀 창단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구단을 창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재정적 기반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선수단을 구성하고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창단에 관련된 모든 작업을 마쳤다고 볼 수는 없다. 장기적인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엄청난 운영비가 드는 프로축구팀을 제대로 꾸려갈 수 없다.
그 대표적인 교훈이 바로 현 전북현대의 태생을 가져온 완산 푸마다. 전북지역을 연고지로 1991년 9월에 창단을 발표한 후 우여곡절 끝에 92년 7월 창단승인을 받았다.정규풍씨(현 수원 삼성 스카우터)가 초대사령탑을 맡고 의욕적으로 출발은 했지만 선수들의 계약금조차 지급하기 힘들 정도로 재정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구단이었다. 숙소가 없어 여관을 전전하기 일쑤였고, 구단 버스가 없어 고속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해야 했다. 오죽하면 취재를 나간 기자들이 자비를 털어서 선수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을까.
창단 승인과정도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창단 접수 마감일 자정 무렵에 구단 고위관계자가 계약금이 입금된 통장을 들고 감독을 찾아옴으로써 극적으로 창단승인을 얻어냈지만 구단주가 채무와 관련해서 지역 조직폭력배로부터 피습을 당하는 등 프로구단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김기복 감독(현 경찰청 감독)도 이러한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팀을 더 이상 꾸려갈 수 없다고 판단, 수 차례 팀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선수들이 불쌍해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아마추어대회에 단 한 번 참가하고 해체 위기를 맞은 완산 푸마는 제우 엑스터(93년 11월)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94년 2월 전북 버팔로로 재탄생한 뒤 결국 프로에 참가했다. 하지만 시즌 도중 구단주가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또다시 해체 위기를 맞게 됐고, 이듬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현대가 인수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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