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호에 바닷물(해수)을 유통시키는 문제를 놓고 전북 지역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새만금호의 수질 문제다. 지난 13년간 2조 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수질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종적으로 해수를 유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북환경시민단체들은 ‘수질개선 소식 감감 무소식’이라며 해수유통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북도는 ‘시기상조다. 더 기다려보자’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월 4일 열리는 제4기 새만금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하늘에서 바라본 새만금 배수갑문.
이날 ‘담수화 고수냐’, ‘해수유통 전환이냐’에 따라 향후 새만금 내부개발의 방향과 속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당초 11월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가 8일 뒤로 연기된 배경도 관심사다. 현재 새만금호에는 2곳의 배수갑문을 통해 서해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으나 2020년부터는 해수유통이 차단돼 완전 담수화가 실시된다.
논란은 정부와 전북도가 내놓은 수질개선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서 비롯된다. 지난 2011년 3월 국무총리실이 확정한 새만금 종합개발계획(MP)에 따르면 새만금 내 목표수질은 도시용지는 ‘심미적 친수(親水)활동이 가능’한 3급수, 농업용지는 4급수이다. 이는 새만금 개발지역 면적의 30%인 농업용지(상류)의 기준수질은 4급, 개발지구의 70%인 관광·도시용지구간(중·하류)의 수질은 3급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조 8900억 원이 그 해부터 투입되고 있다. 이 기간 상류는 가축분뇨 제거와 유지용수 확보를, 하류는 유입수 관리와 인처리시설 설치를, 새만금 바깥 바다 6곳에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하지만 수질개선을 위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 4000억 원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7월 30일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가 새만금호 현지 조사를 통해 수질을 분석한 결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0㎎/ℓ 이하인 5등급(나쁨)으로 나타났다.
새만금호의 13개 수질측정지점 가운데 새만금호 중간 수역의 6개 지점은 6급수 이하다. COD 기준 수질은 2000년 만경강 3.4ppm, 동진강 1.7ppm이었으나 2010년 만경강 5.6ppm, 동진강 6.1ppm로 악화됐다. 그리고 2015년 만경강 10.9ppm, 동진강 11.1ppm으로 더욱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놓고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27개 시민단체는 11월 19일 전북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호 목표 수질 달성은 불가능하다. 새만금 담수호의 해수유통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면서 “새만금 플랜B(해수유통 타당성검토)를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01년부터 2조 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새만금호 일부 구간의 수질이 5급수 수준인 만큼 해수유통이 새만금 수질관리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논리다.
단체는 환경부와 전북도 등이 수질악화에 대해 ‘호소 내부개발공사로 인해 일시 나빠지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매우 주관적이고 근거없는 낙관에 불과하다. 수질변화 추이를 볼 때 새만금호를 담수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해수유통론을 반대하고 있다. 전북도는 “상류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고 있고 호수 내 정비사업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수질개선만으로 농업용지 4등급, 도시용지 3등급의 수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시간을 갖고 더 기다려 달라”고 설명했다. 해수유통 논란은 2006년 끝난 정부와 환경단체 간 소송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인데 환경단체가 또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게 전북도의 반응이다. 특히 새만금호는 상수원으로 사용할 계획도 없는데 상수원 보호구역 수준인 3급수 수질을 목표로 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질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새만금의 수질 목표는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27개 시민단체가 11월 19일 새만금호 해수유통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전북도
전북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팔당댐 수준인 3급수 수질을 목표로 해수를 유통시키는 것은 새만금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새만금 수질은 특정 급수를 정하지 않고 관광·레저가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해수유통을 선언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방수제 관리수역(현 -1.5m) 높이를 현재보다 2.5m 이상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매립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5억㎥ 이상의 매립토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추가예산과 사업지연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안정적 농업용수 공급 방안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 현재 새만금 농업용지는 89.7㎢로 (주)농산 등이 입주를 예정하고 있고 첨단농업시험단지는 지난 3월 전북대, 한국농수산대, 한경대 등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새만금 MP에서 밝힌 농생명용지 조성에 따른 용수 공급량은 연간 1억 4396만㎥에 달한다. 현재는 새만금 담수호에서 전량 공급받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해수유통이 현실화될 경우 안정적 용수 공급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대해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새만금 사업은 당초 100% 농업용지 개발에서 농업용지 30%, 도시용지 70%로 개발계획이 완전히 변경됐다. 당초 새만금호 담수화 결정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는 농업용지가 대폭 축소됐으며 농업용지 안에 도시용지, 연구단지, 원예단지, 수목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용수사용량 또한 크게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농업용수 공급은 만경강, 동진강 하류에 취수용 보를 설치하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위원회는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개선대책’ 중간평가 용역결과 보고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실시해 온 새만금 수질 중간평가 및 추가 대책 등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회의에서는 환경단체가 강력 요구하고 있는 해수유통 방안이 어떻게 다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크게 달라 중간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