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 개정에 따라 전문 파파라치들의 보상금 타먹기가 내년부터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아래 사진은 자동차키 모양의 몰카장비.
그는 ‘교육단장’이라 적힌 명함을 건네며 “우리나라에 불법적인 게 1000가지가 넘는데 나도 다는 몰라. 그래서 이걸 요약정리해서 직접 만들었다”며 자랑스럽게 교재를 내보였다. 그는 벽에 붙은 스크랩들을 가리키며 “싱크홀, 축대 무너지고 그런 거 알죠? 이거 신고하면 서울시에서 100만 원 주고. 이거는 어린이통학차량. 경광등 없는 차 또 등록 안 된 학원버스, 보건복지부에 신고하면 대당 50만 원 줘. 이건 유통기한 지난 식품, 이런 거는 60만 원 받았다”며 수많은 사례와 그에 따른 신고보상금을 소개했다.
일장 설명 뒤에 그는 “이런 불법적인 것들을 단속하려면 증거자료가 중요하잖아. 근데 일반 카메라 가지고 촬영하면, 찍히는 사람이 시비를 걸 수 있어서 이걸 쓰는 거야”라며 자동차 키를 내밀었다. ‘몰래카메라’였다. “장비를 여기서 구입하면 교재를 가지고 내가 한 두세 시간 강의를 다 해줘. 증거자료 수집하는 방법 하나하나 다 해줘. 리허설도 하고. 그러고 나가서 교육받은 대로 일하면 돼”라고 덧붙였다. 장비 값은 무려 97만 원. 교육비 등이 다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 장비는 인터넷에서 10만 원대, 전자상가에서는 6만~7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장비 값으로만 최고 16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셈이다. 신문에 광고를 낸 또 다른 학원은 당당히 ‘평생교육원’이란 명칭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곳의 법인등기를 확인한 결과 ‘평생교육법’에 명시된 인가 또는 등록된 교육기관이 아니었다. 되레 곡물가공품 제조 판매업 등 교육기관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만 기재돼 있었다.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파파라치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신고보상금이다. 이 보상금은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6조 및 동법 시행령 제21~22조에 근거한다. 보상금지급에 관한 세부규정은 앞서의 법 및 시행령과 권익위 고시 ‘공익신고 보상금의 지급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나와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제1조에 규정돼 있듯이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 파파라치의 부작용이 만만찮다. 지난 4월 울산의 한 마트에 전문 파파라치가 나타났다. 마트에 들어와 1분 만에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믹스생강을 찾아 3분 뒤 계산하고 사라졌다. 이어 곧바로 인근 또 다른 마트에 들러 역시 유통기한이 미표시된 다진 마늘을 찾아내 4분 만에 계산하고 나갔다. 그리고 CCTV 자료 보관 기한인 한 달이 지난 6월에 이를 권익위에 신고했다. 이렇듯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우고 몰카로 무장한 전문 파파라치에게 상인들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통계를 봐도 전문 파파라치가 급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1년 공익신고 접수 건수는 292건에 불과했다. 접수 건수는 매년 폭증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각각 1153건, 2887건, 9130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10월 30일 기준으로 4464건이 접수되며 크게 줄었다. 지급된 신고보상금 역시 해마다 크게 증가했다. 2011년 첫해는 지급된 보상금이 없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각각 2847만 2000원, 2억 2770만 8000원, 3억 9734만 원이 지급됐다. 올해는 11월 25일까지 3억 7042만 1000원이 지급됐다.
권익위도 전문 파파라치와 파파라치 학원에 대한 부작용을 알고 있었다. 권익위 서울종합민원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한 파파라치 학원은 허위광고 등의 사유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종종 노인들이 찾아와서 몰카 영상을 보여주며 무조건 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파파라치 학원을 차려놓고 허위광고로 주로 장년층을 모아 값싼 몰카 장비를 100만 원씩 받고 판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막기 위해 권익위는 지난해 고시를 통해 ‘연간 1인당 10건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역시 지난해에 시행령 제22조 제3항의 내용을 ‘산정된 보상금이 2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개정했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신고 건수가 지난해 대비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 내년 1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법 제26조 제1항에는 ‘내부’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현행법의 ‘공익신고자는… 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에서 ‘내부 공익신고자’로 바뀌는 것이다.
권익위 공익심사정책과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전문 파파라치와 같은 부작용은 해소될 것이다. 그들은 내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익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보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세상인이라고 불법행위 자체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 파파라치의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신고가 문제 되는 것이므로, 지난해 시행한 고시와 개정한 시행령에도 그런 부분을 고려했다. 내년에 개정법이 시행되면 (전문 파파라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불법으로 불법 단속방법을 가르치는 파파라치 학원, 법의 원래 목적에 어긋나게 공익신고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문 파파라치. 당장 내년부터 이들의 ‘창조경제’ 활동은 거센 찬바람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