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풍우무조 (風雨無阻: 바람도 비도 막을 수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무상공공산후조리원과 무상교복, 청년배당 등을 강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던 꼬인 실타래가 서서히 풀려가는 모습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일 사회보장위원회 제도조정전문위원회를 방문해 보건복지부의 불수용 입장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설득에 나선데 이어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지자체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위한 법안인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계층, 지역간)형평성과 정부시책의 중복시행을 이유로 이재명 시장의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불수용 했다. 이에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고유의 사무인 주민복지에 관한 사항을 자체 예산을 아껴서 복리증진을 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에 부응하는 일이다”며, “다른 지자체가 하지 않으니까 성남이 하면 안된다는 것은 옳지 않으며, 공공산후조리원과 민간 이용료 지원, 2가지에 대해서 실제적인 차등을 두고 있어 정부 시책에 맞는 것이므로 중복되지 않는 사업이다.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2일 사회보장위원회 조정위원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민간이용시설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는 없는 지역위주로 시행하는 것이 어떠냐 등의 이야기가 오가는 등 나름 전향적인 회의였다. 더 자세한 사항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일 제도조정전문위원회에 참석했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동시 상정해 논의됐다.
정부는 산후조리원 영역에 공공이 개입할 수 없으며, 지자체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허용하는 대신 지역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한해 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사실상 이재명 시장의 무상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한 반대를 이어갔지만, 야당의 강한 반대로 이마저도 삭제하게 되었다. 1일 통과된 지방교부세 시행령의 악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자체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재명 시장의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이제 시선은 이재명 시장의 무상교복과 청년배당으로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이재명 시장은 보건복지부가 무상교복에 대한 재협의 통보를 해온데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헌법정신과 지방자치권을 훼손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재협의의 가치도 없이 강행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배당 역시 정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에 대한 패널티를 주장한데 이어 청년배당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성남시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긴급하게 만든 대통령령이나 시행령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복지확대와 정책추진을 제한하려하는 모습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확고한 대안이나 정책의지 없이 세대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무상교복 재협의를 비난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 역시 지난 1일 기자회견장에서 “정부가 과도할 만큼 성남시가 하려는 것을 모두 막는 것은 정부를 위시한 권력들이 시민이 요구하는 것을 하기보다는 부정부패, 예산낭비, 세금탈루, 불공정한 정책으로 인해 복지정책을 못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것을,(사자방 비리 등) 재정운영실체나 본질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의 복지시책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적근거가 마련되더라도 지방교부세 벌금부과를 통해 성남시민에게 재정패널티를 부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시장은 이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을 위한 시책을 강행해야 하지만 이로 인한 부담이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간의 분열이나 갈등조장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일부에서는 재정패널티를 부각시키려는 움직임과 함께 성남보호관찰소 문제처럼 일부지역민들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 불수용에 따른 반대시위 등이 계획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이재명 시장은 본보기자와의 대화에서도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자신들의)고집을 위해서 일하는지 생각하고 고심했으면 한다”며, 성남시의 복지정책에 대해 모두 수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인한 성남시의 재정혁신에 이어 청년배당, 무상교복,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등이 강한 정부를 상대로 풍우무조(風雨無阻) 의 형국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