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 이기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놀것 다 놀고 ‘업소 출입’ 참지 못하면 설혹 더운 날씨가 아니라 선선한 최고의 날씨라도 경기장에서 ‘헬렐레’ 처진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진짜 승패는 7~8월 사이에 가려진다. 이 한여름에 누가 더 ‘바른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올 겨울이 따뜻할지 추워질지가 판가름 난다.
그건 그렇고 축구열기 때문에 한동안 잃었던 야구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이 문제다. 8개 구단 프런트들이 획기적인 이벤트를 만들거나 관중 모두한테 팥빙수 아니면 캔맥주 하나씩 나눠주면 될까? 아니다! 야구만 재미있게 하면 회사를 ‘땡땡이’치고라도 온다. 아줌마들 계모임도 먼저 야구장으로 와서 한게임 관람한 뒤 아구찜 먹으러 가는 형태로 세태가 바뀔 수도 있다.
두산 대 기아 게임이라고 치자. 정수근 이종범 김종국 이 세 선수가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다툰다. 그런데 두산 선발 투수가 정수근보다 기아의 두 선수 도루율이 높아질까봐 견제에 신경을 빼앗겨 볼넷을 허용한다고 가정해 보라. 공은 공대로 많이 던지고 시간은 시간대로 길어지고, 이것을 보는 관중은 정말 짜증난다. 그리고 고의 사구를 던질 거면 벤치에서 사인을 줘라. 굳이 마운드까지 천천히 걸어나와서 말로 할 것이 있는가. 별로 할말도 없다.
“야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던져, 파이팅!” 정말 웃긴다. 그렇게 못미더우면 마운드에 올리지나 말던지. 더 웃긴 것은 투수다. “네”하고 대답해 놓고 다음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다.
LG도 마찬가지다. 투수기용을 보면 거의 살벌한 느낌을 가질 만한 상황에서 기용한다. 어떨 때는 LG 투수들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필자 같으면 스트레스 쌓여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미줄도 쌓이면 사자를 묶는다’는 말이 있다. 강타자 많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고 선발투수 많다고 무조건 이기는 거 아니다. 구기종목은 소총을 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후방이 든든하고 선발투수가 얻어 터져도 중간투수가 역전당하지 않아야 승리투수가 된다. 그런데 중간투수 내보내 놓고 안타 1개만 허용하면 코치가 나와서 어쩌고저쩌고 말도 많다.
야구장에 관중이 시간을 일부러 내서 오는 거지 시간이 남아서 오는 건 아니다. 또 구질 종류도 별로 없는 투수가 무슨 포수 사인을 그렇게 오래 보나. 수비수가 등뒤에서 ‘이런 XX놈, 빨리 던져’라며 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기 싫은 꼬라지는 또 있다. 타석에서 웬만하면 벗어나지 마라. 투수가 기껏 해봐야 2~3개 구질을 던진다. 차라리 투수를 정면으로 째려보고 있으면 무의식중에 절반은 승부가 끝난다. 그걸 노려 칠 생각을 해라. 그리고 ‘짜배기’승부는 벤치에서 판단할 일이다. 일단 선수는 치고 받는 야구를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벤치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실수를 했을 때 동료선수한테 미안해 해라. 관중이 재미있어 하는 투수전은 에이스 대결이다. 잔루가 많은 투수전은 수준미달이라고 욕먹는다. 금년 시즌 홈런 타율 도루 등 모처럼 개인 타이틀 경쟁이 불붙었다. 누가 ‘짱’이 되든 정면으로 승부하고, 또 2등도 끝까지 따라 붙는 레이스가 진정 프로의 재미를 갖춘 레이스다.
실력이 조금 처지는 선수보다 몸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는 선수를 감독은 더 싫어하는 법이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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