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그래도 당신>의 한 장면.
신은경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은 전 소속사인 런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이었다. 지난 10월 새로운 소속사를 찾은 신은경은 전 소속사와 정산 과정 등에서 잡음을 빚었고 전 소속사 측이 연이어 민감한 사안을 폭로하며 신은경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 소속사는 지난달 23, 24일 이틀에 걸쳐 신은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신은경 측은 25일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정산 문제를 두고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신은경이 지인들에게 전 소속사 고 아무개 대표를 험담한 것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으로 번졌다. 신은경 역시 고 대표가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상황이 격화되자 신은경 측은 26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자”는 입장을 취했다. 전 소속사의 언론플레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전 소속사 측이 제안한 ‘공개 검증’에 대해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공개 검증’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주체는 누구냐”며 “조사가 시작되면 양측 대질 조사가 있을 것이고 법적 기관에서 양측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말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진정한 공개 검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 소속사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신은경의 호화 하와이 여행 의혹을 제기했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를 통해 조정을 신청했다. 신은경의 연예활동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은경이 방송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던 연인과도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경의 전 연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년 남짓 교제하고 결별한 게 맞다”며 “현재 신은경과 사업적 금전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양측의 주장이 명백히 엇갈리고 있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은경 측이 “이런 일이 불거지면 유명 연예인이 무조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판단을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신은경은 과거 ‘힐링캠프’에 출연해 아들의 뇌수종 투병 사실과 이혼, 경제적인 어려움 등 가정사를 털어놓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최근 잇단 논란으로 진정성에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런데 전 시어머니는 인터뷰에서 신은경이 이혼 이후 지난 8년 동안 아들을 단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신은경은 양육권과 친권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아들을 돌보지 않은 비정한 엄마다. 그동안 신은경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현실이 딴판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도덕적 이미지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신은경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그가 SBS 수목극 <마을>을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우선은 연기에 집중한다는 것이 신은경 측의 해명이었다. 게다가 아들 양육과 관련된 논란은 지난 10월 신은경과 일하기 시작한 제작사 지담 측으로서도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다. 또한 소속사를 통한 입장 표명보다는 신은경의 직접적인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라 현 소속사 역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담 측은 그동안 신은경의 모든 수입은 전 소속사에서 관리했으며 양육비 역시 전 소속사를 통해 전달됐다고 전하고 있다. 신은경이 직접 아들을 돌보지는 못했지만 양육에 필요한 도움은 지속적으로 줬다는 주장. 사실 이 부분은 당사자들이 아니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은경의 한 측근은 “거짓 모성애 논란이 불거진 것이 안타깝다”며 “신은경은 항상 아픈 아들을 걱정했다. 자신도 빚에 시달리고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해 아직도 빚을 갚고 꾸준히 밀린 세금을 내면서도 양육비를 대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양육비보다 더 분명하게 짚어야 부분은 ‘8년 동안 단 2번의 만남’이다. 사실이라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밤샘촬영과 빡빡한 스케줄에 쫓기는 삶을 사는 배우로서 아픈 아들을 가까이서 보살피기 어려워 할머니에게 맡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이혼까지 한 터라 시댁을 드나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8년간 아들을 단 두 번밖에 보지 않았다는 것은 부모 된 도리라 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혼 당시 신은경이 양육권과 친권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의 도덕적 의무는 더욱 크다.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신은경이 나서야 할 단계다. 결국 지난 4일 현 소속사 지담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 조만간 신은경 어머니가 직접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담 측은 “전속계약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신은경에 대한 전속계약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만큼 아이를 둘러싼 논란은 후폭풍이 거셌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연예관계자들은 전 소속사의 대응 행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은경과 전 소속사는 3년 넘게 같이 일했다. 둘은 단순한 ‘대표-소속 배우’가 아니라 ‘언니-동생’으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경이 모든 소득의 관리를 전 소속사에 맡겼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지만 ‘그만큼 둘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까운 관계’였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신은경이 지난 10월 현 소속사와 이적한 후 양측 모두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고 기사를 내며 훈훈한 미담을 전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 소속사 역시 함께 일하면서 알고 있던 신은경의 치부를 모두 공론화시키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 소속사가 오죽 화가 나고 답답했으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면서도 “하지만 계약 관계가 끝나도 서로의 사생활과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상도의다. 현재 신은경과 전 소속사의 다툼을 보면 이런 배려와 의리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