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타이슨? 지난 2001년 9월18일 롯데-삼성전에서 삼성 투수 배영수를 가격한 롯데 호세가 삼성 선수들과 격투를 벌이고 있다. | ||
하지만 반대로 이와 같은 유리한 여건 때문에 코칭스태프나 구단에 대해 ‘고자세’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나친 우월감으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을 양산하기도 한다. 선수교체에 불만을 품고 감독에게 욕설을 퍼붓는 하극상이 자행되는가 하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일도 발생한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말썽으로 해마다 부침을 거듭하는 국내 프로팀들의 용병 농사 피해 사례를 추적해보자.
우선 입단과 동시에 문제를 낳는 이른 바 ‘뻥튀기형’이다. 실제 기량이나 경력은 ‘함량 미달’이면서 에이전트나 협상 과정을 통해 보기 좋게 포장함으로써 특급 대우를 받으며 입단하는 케이스다. 물론 감독이나 스카우트의 순간적인 판단 실수도 간혹 이러한 사례를 유발하기도 하며,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이 있으면서도 이를 속이고 무작정 계약하는 일명 ‘눈가리기형’도 이와 비슷한 유형에 속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브라질 현역 국가대표 출신인 레오마르, 브라질 명문클럽의 라파엘 보띠와 쿠키 등 3명에게 총 21억원의 거금을 주고 데려온 프로축구 전북은 이들이 기량미달로 밝혀져 엄청난 후회를 해야 했다.
2001년 쿠바 출신의 아지 칸세코를 20만 달러에 데려온 롯데는 그의 ‘공갈포’에 치를 떨어야 했다. 용병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프로농구도 2001년 세 차례나 용병을 교체한 삼보가 7연패에 빠지는 등 ‘사기성 입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 왼쪽부터 갈베스, 데니스, 제런콥 | ||
2000년 프로농구 LG의 마일로 브룩스는 연습도중 이충희 감독과 주먹다짐까지 벌인 화제의 인물(?)이었으며, 2001년 프로야구의 김성한 감독(기아)은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볼 배합 간섭’을 이유로 원정경기 동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 갖가지 말도 안되는 핑계로 돌연 짐을 싸는 일종의 ‘배째라 형’에 비하면 이는 약과에 속한다. 2001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던 삼성은 에이스 발비노 갈베스가 말도 안되는 핑계로 8월 중순부터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장기 외유를 즐기는 통에 전전긍긍해야 했고, 농구의 동양은 99년 그렉 콜버트가 시즌 도중 불현듯 잠적해버린 덕에 32연패의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특유의 다혈질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도 용병으로 인한 골칫거리 중 하나다. 그 유형은 크게 경기장 안과 밖,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야구의 펠렉스 호세(전 롯데)와 축구의 데니스(수원)다.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배트를 관중석에 집어 던져 징계를 받았던 호세는 2001년에는 경기 중에 상대투수(삼성 배영수)를 주먹으로 폭행, 롯데 꼴찌추락의 일등공신(?)이 됐으며, 97년 부산전에서 노장 김주성의 목을 발로 밟은 데니스는 6개월 출전중지의 중징계를 팀에 헌사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농구의 ‘마약사건’으로, KCC의 재키 존스와 제런 콥, 서울 SK의 에릭 마틴 등 3명은 지난해 4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영구 퇴출됐다. 2001년 마무리투수였던 호세 누네스(당시 한화)는 한국 현지처와의 ‘이중생활’이 미국의 본처에게 들키면서 팀에 폐를 끼친 대표적인 선수였다.
이외에도, 고국에 대한 향수나 음식에 대한 부적응 등으로 해마다 퇴짜를 놓는 얄미운 용병들 때문에 국내 구단 관계자들의 주름살은 펴질 날이 없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