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 이용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적으로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지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굳게 닫힌 해당 병원 출입문. 연합뉴스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는 정년이 따로 없다. 그러다보니 한 번 의사가 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현직에서 의사 직함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달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70세 이상의 의사는 4569명으로 전체 의사의 약 4.5%를 차지한다. 2007년 2425명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80세 이상의 의사는 2014년 기준 1439명으로 2007년 492명에서 7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따라서 개인의원이나 병원 가운데 약 5%는 70세 이상의 의사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 평균 건강수명이 73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환자의 건강만큼 본인의 건강도 생각해야 할 나이다.
일각에서는 고령의 의사가 진료 중 실수를 할까봐 두렵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요양병원 화재사건에서도 고령의 의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병원 원장인 조 아무개 씨(86)는 치매환자를 억제대(치매환자의 자해 등을 막기 위해 손목에 채우는 의료기구)에 묶어 관리했다. 그런데 환자는 라이터 불로 억제대를 풀려다 화재가 발생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 씨는 “환자의 저항이 너무 심해 치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억제대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유족들은 라이터를 수거하지 않는 등 원장의 관리 소홀 의혹을 제기했다. 이 와중에 해당 병원의 원장이 80대 중후반의 고령이라는 부분도 논란이 됐다.
반면 고령의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고령의 의사들은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보다 주로 비슷한 연령대의 환자들을 진료한다”며 “고령 의사의 진료 방식에 대해서는 환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진료 선택을 하는 건데 환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이슈가 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발생과도 연관돼 있다. 다나의원 원장 김 아무개 씨(52)는 뇌병변과 언어장애를 앓고 있었음에도 의사면허를 유지해왔다. 게다가 ‘면허 신고제’에 따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사 보수교육을 김 씨의 아내가 대리 출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29일 의사의 보수교육 감독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의협은 정부주도가 아닌 의료단체의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일부 심신미약상태 의사들을 자율 식별 및 정화할 수 있는 권한이 우리 협회에 주어져야 한다”며 “회원자격 박탈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도록 의협에 자율 징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청희 의협 부회장은 “심신미약 의사의 경우 보건소가 강제성을 가지고 행정적인 조치를 하게 돼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며 “결국 전문가에게 자율로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료 도중에 범죄를 저지르는 등 의료 관련 범죄를 저지르면 의사면허 자격이 박탈된다. 그러나 박탈 후 3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 일례로 지난 2007년 통영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출감한 뒤 다시 병원을 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산부인과 의사 김 아무개 씨가 환자 이 아무개 씨에게 13종의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도록 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김 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 5가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3년이 지난 현재 김 씨는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외국은 한국에 비해 의사들의 범죄를 철저히 단속하는 편이다. 독일은 의사가 피고인이 됐을 경우 무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의사면허가 정지되고 유죄를 확정 받으면 의사면허 재발급이 불가능하다. 미국 대부분의 주정부도 의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죄질에 따라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진료행위 시 보호관찰 의무 등의 제재를 가한다. 특히 환자의 성적 접촉은 엄격히 금하고 있는데 환자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성착취(sexual exploitation)로 판단해 의사는 형사처벌을 받고 면허가 취소된다. 일본 역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