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 그리고 질서정연한 거리응원. 세계언론은 한국의 거리응원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두고 “경이로운 모습”이라며 신선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언론도 “수십,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며 응원열기를 전달했다.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거리응원전에 참여한 인원도 증가했다.
한국팀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다음날 언론은 “서울시청 앞과 여의도 등 각각 10만 명 등 전국에 1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응원을 했다”고 보도했다. 준결승 때는 이 수치가 광화문 일대 70만 명, 여의도 일대 40만 명 등 7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이 수치는 얼마나 정확할까. 물론 그만큼 많은 인파가 모여 한국팀을 응원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과장된 면도 없지 않다. 거리응원의 메카로 부상한 서울 광화문 일대와 여의도 둔치의 면적을 토대로 인원수를 계산해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서울시청 앞 광장을 포함한 광화문 일대. 도로를 합산해도 이 일대 면적은 5만 평이 안된다. 구체적으로 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남대문 및 광화문 방향 도로를 합쳐도 2만 평에 조금 모자란다. 그리고 광화문사거리를 중심으로 종로, 서대문 방향 일대는 1만 평, 광화문삼거리에서 한국일보사 일대 거리 1만 평, 종로 국세청 앞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대문 일대까지 1만 평으로 잡을 수 있다. 결국 1평당 8명씩 계산하는 통상적인 인원추정법에 따르면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는 40만 명이 최대인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최대 80만 명이 모였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50만 명 이상 80만 명으로 보고했는데 이 수치가 그대로 언론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거리응원의 또다른 메카였던 여의도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사람들은 한국팀 경기 당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주변에 모여들었다. 서울한강관리사업소측에 따르면 63빌딩에서 마포대교까지의 면적을 5만 평 정도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 역시 사람들이 빼곡이 찼을 경우 40만 명 정도로 어림잡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6월4일 폴란드전 10만 명, 10일 미국전 5만5천 명, 14일 포르투갈전 15만 명, 18일 이탈리아전 15만 명, 22일 스페인전 40만 명, 25일 독일전 35만 명으로 계산했다.
서울한강관리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매 경기 모인 인원은 사실 비슷했다”면서 “스페인전보다 이탈리아전 때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곳을 담당하는 경찰이 처음에는 인원을 10만 명대로 보고했다고 윗사람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후 40만 명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한 관계자는 “여의도의 경우 많이 잡아야 4만 명 정도가 모였다”면서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의미였고 월드컵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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