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는 궁금하다.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일쑤. 정말 학교에서 아무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정리해서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프로그램이 바로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EBS의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이다. 100% 리얼 중계방송으로 1학년의 교실 풍경을 16대의 관찰 카메라로 보여준다.
등교와 수업, 쉬는 시간, 급식 시간, 하교는 물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장기자랑 풍경 등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으로도 알기 어려운 실제 상황을 전하는 것. 만일 아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함께 보면서 학교생활을 그려보게 하는 것도 좋지 싶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집에서는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심리도 파악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9월, 2학기 방송분부터는 중계의 달인 김성주와 국민 육아 멘토 서천석 박사가 MC로 나서 부모가 자칫 놓칠 수 있는 초등 1학년 아이들의 심리까지 재미나게 짚어준다.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 속 1학년 생활 엿보기
입학식이 끝나고 난 뒤
제1화 <우리들은 1학년>
두근두근 설레며 기다렸던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교실에 들어간다. 입학식에 참석했던 부모들도 대부분 동행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자기소개 시간. ‘저는 1학년 2반 ○○○입니다’라는 간단한 문장임에도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은 소리 내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고 한 음절씩 따라하게 해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소개를 하게 한다. 입학식 다음 날, 집에서 챙겨온 준비물을 사물함에 정리하고 옷걸이에 겉옷을 걸어야 하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옷걸이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라 한참이나 씨름을 한 것. 옷걸이가 없는 교실에서는 의자에 겉옷을 걸기도 하므로 아이가 입학하는 학교의 상황에 맞춰 겉옷 정리하는 법을 미리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이날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접는 활동을 하는데 평소 종이접기를 할 때 선에 맞춰 꼭꼭 눌러 접기나 꼼꼼히 풀칠하기를 연습해두면 더욱 자신감 있게 해낼 수 있다.
이런 것도 배워요
제3화 <1학년의 하루>
학교에 입학한 뒤 한 달 동안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학교생활의 기초 질서와 규칙을 ‘집중적으로’ 익혀야 하기 때문. <1학년의 하루> 편에서는 1학년 아이들이 입학 초반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하루 일과로 보여준다. 1교시에는 나란히 줄을 서서 학교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운동장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학교 안팎을 둘러보고, 2교시에는 공부 시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는 각각 무엇을 하는지 시간표를 이해하게끔 설명해준다. 3교시는 선생님이 알려준 ‘반 번호’를 교과서에 써보는 시간, 4교시는 운동장에 있는 운동기구 사용법을 배운다. 눈에 띄는 한 장면! 학교 탐방을 위해 줄을 선 아이들이 생애 첫 ‘앉은 번호’에 도전한다. 숫자를 두 번 세거나 앞에 친구가 앉을 때 따라 앉는 등 실수의 연속. 하지만 몇 번 반복하니 아이들은 이내 능숙하게 해낸다.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서 배운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이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제5화 <등교 마라톤>
아이들의 등교 순서를 ‘마라톤 순위’에 빗대 재미있게 전달한 에피소드. 여유 있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아빠부터 지각할까 봐 헐레벌떡 아이 손잡고 뛰는 엄마까지 생생한 등교 모습을 중계했다. 등교 순위가 가장 많이 바뀐 곳은 실내화를 갈아 신는 현관. 어른들은 어려울 게 없지만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친구와 등교 인사도 하고, 엄마와 작별 인사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이 과정을 척척 해치우고 교실로 향하지만, 어떤 아이는 몇 분이나 머물며 느릿느릿 신발을 갈아 신는다. 하지만 시간이 다소 걸려도 이 일을 혼자 하지 못하는 아이는 없다. 걸리는 시간만 조금 다를 뿐 결국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는 모두 교실에 들어선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이렇듯 다른 아이들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게 아닐까.
우리 아이, 잘 먹고 있을까?
제12화 <점심시간>
급실식은 단순히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곳이다. 집에서 쓰는 유아용 수저가 아닌 성인용 수저를 써야 하고, 국을 흘리지 않게 식판을 들고 조심조심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미션인 까닭이다. 이번 편에서 평소 고기반찬만 가려 먹던 아이는 고기라고는 없는 나물비빔밥이 나오자 잘 먹지 못한다. 선생님이 밥을 떠 입에 넣어줘도 씹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아이. 하지만 친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다 나간 뒤에도 끝까지 밥을 다 먹기 위해 노력한다. 화면 속 1학년 아이들을 보면 젓가락을 잘 쓰지 못한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기, 손가락으로 반찬을 숟가락에 옮겨 먹기, 식판에 코를 박고 반찬과 국 먹기 등 신공을 발휘한다. 손가락에 끼우는 유아용 젓가락으로 꾸준히 연습해두면 입학 후 점심시간 때 여유가 조금 더 생길 것이다. 재미난 장면 하나! 메뉴로 ‘쌈밥’이 나오니 아이들은 쌈채소와 고기, 밥이 있어도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이 한명 한명에게 ‘쌈밥 싸는 법’을 알려준다. 어른 눈에는 ‘뭐 저런 것까지 배워’라고 생각할지 모르는 사소한 일 하나도 아이들에게는 배우고 익히고 도전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3화 <진실 게임>
제대로 말만 했더라도 별일 아닌 문제로 끝났을 텐데, 아직 표현이 서툴고 생략된 말이나 함축된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뜻밖의 오해를 받거나 정보를 잘못 해석하기 일쑤다. 이번 편은 관찰 카메라가 없었으면 묻혀버렸을지 모르는 아이들 행동의 이면을 보여주는 3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새 시계가 자랑하고 싶었던 아이는 “지금 몇 시인지 알아?”라고 친구에게 말을 건네며 손목시계를 보여준다. 문제는 아직 두 아이 모두 시계를 정확히 읽지 못했던 것. 손목시계를 찬 아이가 ‘9시 55분’이라고 말하자 선생님이 55분을 생략한 채 ‘8시’라고 정정해주니 아이는 진짜 ‘8시’로 착각하고 지금 시각이 ‘9시’라고 말하는 아이와 논쟁을 벌인다. 시계 보는 법은 1학년 2학기 수학 시간에 배우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계를 볼 줄 모르면 사소한 불편함이 있으므로 입학하기 전 집에서 시각 읽는 법을 놀이처럼 알려주는 게 좋다.
할 수 있는 일 vs 할 수 없는 것
제18화 <체육시간>
아이들의 체육 시간을 엿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운동 경기를 위해 두 팀으로 나눠 연두색과 주황색의 단체복 조끼를 입는 아이들. 능숙하게 한 번에 입는 아이도 있지만 앞뒤를 바꿔 입거나 조끼의 어느 구멍에 팔을 넣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아이도 있다. 이윽고 운동을 하는 도중에 한 아이의 운동화 끈이 풀리자 아이들이 단체복을 입을 때는 도와주지 않던 선생님이 끈을 잘 매준다. 선생님은 1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이어달리기. 선생님이 경기 규칙을 설명해주고 연습 경기까지 하지만 실전에서 아이들은 흰 선을 따라 뛰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채 트랙을 이탈하고 심지어 역주행까지 한다. 규칙을 몰랐다거나 이기기 위해 고의로 어긴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순간 그저 ‘깜빡’했을 뿐이다. 여덟 살은 그런 나이다.
제 ‘실뜨기’ 실력을 자랑합니다!
제23화 <두근두근 새 학기>
2학기를 맞아 장기자랑을 펼치는 아이들. ‘장기자랑’이 공지되면 아이들은 어떤 장기를 선보일까 고민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발레, 태권도, 노래 등을 선보인 아이도 있지만 ‘이거 장기 맞나?’ 싶은 상상 밖의 퍼포먼스도 등장한다. 실뜨기나 다리 벌리기, 줄넘기 등이 그것. 흔히 어른들은 남 앞에서 멋지게 보여주는 것을 장기자랑이라고 생각하지만 1학년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을 보여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장기자랑 종목을 ‘줄넘기’로 정한 한 아이.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지 줄이 자꾸 발에 걸려 실패한다. 아이가 당황하고 속상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한 친구가 줄이 길어서 그런 것 같다며 자신의 줄넘기를 빌려주고, 선생님은 실내화가 커서 그럴 수도 있다며 벗고 해보라고 힌트를 준다. 반 아이들은 친구가 의기소침해하지 않도록 ‘집중!’을 외치며 응원하고 마침내 아이는 줄넘기 7회 넘기에 성공한다. ‘잘할 수 있어’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꾸준한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더 큰 격려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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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보미 기자 / 자료제공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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