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러스는 대표팀 감독 내정 당시 제일 먼저 코엘요 감독과 만나 <일요신문> 독자들에게 ‘상견례’를 시켜준 언론인. 코엘요 감독은 케이러스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계약 이후의 심경과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어나갈 방안, 그리고 외국인 감독으로서 겪게 될 고충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코엘요 감독이 ‘최종 계약을 맺은 후 첫 정식 인터뷰는 <일요신문>과 하겠다’는 약속(<일요신문> 556호 기사 참조)을 지킨 셈이다. 다음은 마누엘 케이러스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2주 전 움베르토 코엘요 감독이 한국대표팀 감독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리스본에서 만났을 때 코엘요 감독은 한국의 ‘러브콜’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정확한 코멘트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식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이번엔 흔쾌히 한국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조심스러워서인지 역시 말을 아끼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 싶어했고 2월1일로 예정된 출국 날짜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 얼마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움베 르토 코엘요 감독은 한국대표팀의 실력을 높여 나중에도 재계약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
▲그렇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계약을 했다. 계약기간은 알려져 있다시피 2004년 6월까지지만 그건 ‘베이스’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위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난 한국팀 감독으로서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낳은 대표팀의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만약 그런 뒤 나와 대한축구협회가 만족스런 상태에서 재계약을 하게 된다면 환상적인 팀워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왜 한국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수락했나. 어떤 매력적인 요소가 당신을 움직였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번 일은 나나 포르투갈축구협회에 굉장히 부담스런 ‘사건’이다. 왜냐하면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구 강국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예전보다는 실력이 월등히 나아졌기 때문에 쉬울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국 국민들은 나에게 지금의 대표팀 실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발전하고 향상되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포르투갈 코치를 데려간다는 보도가 나왔다.
▲처음엔 한 명을 데려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치 않다. 일단 2월1일 출국해서 한국 사정을 파악한 뒤 추후에 결정하겠다.
―2004년 아시안컵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당신과의 재계약 여부를 확정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아시안컵을 이기는 게 당신의 가장 큰 목적인가.
▲이기는 것은 우리 인생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지 않겠나(웃음).
―히딩크 감독과 점심 식사(‘만난다’는 의미)할 계획이 있는지.
▲히딩크 감독과는 축구로 인해 굉장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곧 그를 만나러 네덜란드로 갈 것이다. 코칭스태프 구성 문제나 한국 대표팀에 대한 정보에 대해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포르투갈이 아닌 외국에서, 그것도 다른 나라의 대표팀 감독으로 생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모든 일이 다 걱정되면서도 걱정이 안 된다(웃음). 너무나 다른 문화이기 때문에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난 그 모든 걸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고 튀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하게 외국 사람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에) 동화되고 싶다.
―2002월드컵 당시 한국 대 포르투갈전을 봤었나. 당시 경기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한 한국 선수를 기억해낼 수 있나.
▲당연히 봤다. 그리고 굉장히 슬펐다. 포르투갈이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내가 한국대표팀 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 경기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그래도 한국 축구에 대해선 잘 모른다. 물론 눈에 띄는 몇몇 선수들은 있었다. 이름도 알고 있는데 지금 말할 수는 없다. 내가 한국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때 얘기하겠다.
―오는 6월에 포르투갈대표팀과 한국팀과의 친선 경기가 벌어지는 게 확실한가.
▲월드컵 4강 진출에 대한 축하 행사의 하나로 알고 있다. 아마도 6월8일 아니면 11일에 열릴 것이다. 포르투갈 출신으로 자국의 대표팀을 상대해서 경기를 치르는 일은 굉장히 환상적인 경험이다.
―한국에 가족을 데려갈 것인지 궁금하다.
▲가족들이 내 옆에 있다는 건 너무너무 좋은 일이다. 날 균형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 딸이 둘 있는데 그 중 큰딸(마리나·22)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둘째딸(조한나·19)은 리스본에서 생활한다. 지금 그들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 아버지의 입장을 강요할 수 없다. 사생활과 직업적인 부분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히딩크 감독의 후임이라 정말 부담된다. 히딩크 감독 때도 그렇고 내가 한국팀 사령탑을 맡는 일은 히딩크 감독, 나, 그리고 한국 국민들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도 나를 통해 더 발전될 수 있기 바란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
번역=조예성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