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 = 장영석 기자 | ||
40%대를 넘는 당 지지율 ‘고공 행진’을 토대로 ‘공천=당선’이란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표-MB 모두 차기 경쟁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 중 하나인 광역단체장 후보로 가급적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밀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다. 특히 ‘후계자’를 골라야 할 MB의 경우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누구를 낙점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당내에서 차기 대권경쟁 구도와 관련해 관전의 묘미가 클 것으로 꼽히는 곳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선거 등 모두 세 곳. 이들 지역은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박 대표-MB 간 향후 역학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을 낳고 있다.
우선 최고의 ‘열전(熱戰)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전의 경우 MB계열 인사들끼리 각축을 벌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다른 양상이 전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재오 맹형규 홍준표 의원(이상 3선)에 박계동 박진 의원(재선)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이들 중 유일하게 박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맹 의원이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다.
맹 의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6일 실시한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호 후보 순위조사에서 21.6%의 지지를 얻어 홍 의원(21.2%)을 0.4%포인트 앞섰으며, 박진(12.8%) 박계동(7.3%) 이재오 의원(3.5%)도 큰 차이로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맹 의원은 특히 양자대결에선 36.4%로 홍 의원(34.0%)과의 격차를 2.4%포인트로 벌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내 경선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당 지지자 대상 조사’에서 맹 의원이 ‘독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맹 의원은 5자 대결구도에서는 29.8%의 지지율을 얻어 홍 의원(22.4%)과 7.4%포인트의 차이를 보였고, 양자대결에서는 45.9% 대 34.1%로 홍 의원을 가볍게 제쳤다.
그동안 실시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맹 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각 후보 진영은 물론 박 대표-MB 주변에서도 원인에 대한 분석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각종 조사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드러나면서 핵심 당직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선거를 다 이긴 양 자만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위기감 섞인 해석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예상치 못한 맹 의원의 ‘선전’(善戰)에 당혹스러운 쪽은 아무래도 MB측이다. 5명의 시장 후보 중 4명이 MB계로 분류되는 터에 1위를 ‘친박’ 성향의 맹 의원이 차지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주변에선 특히 홍 의원이 2위로 처진 것에 더해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MB측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오른팔’ 이재오 의원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다.
이 측근은 “MB는 사실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너나없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드는 데 대해 처음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며 “여기에는 비단 맹 의원의 강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을 이어받을 차기 시장 감으로 나머지 4명의 의원들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도 존재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MB측의 고민이 깊어가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박 대표측은 내놓고 반색을 하지는 않지만 고무된 분위기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측근으로 통하는 한 핵심당직자는 “당내 의원들 간 경쟁에 이렇다 저렇다 언급할 상황은 아니지만 박 대표 입장에선 당 혁신안이나 행정복합중심도시법 등을 놓고 줄곧 대립각을 세워온 다른 의원들보다 ‘말이 통하는’ 맹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장 못지 않게 ‘핫 코너’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친(親)MB계와 친박 인사들이 숫자상으로는 호각지세를 형성하고 있다. ‘수투위’(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의 핵심인 김문수 의원(3선)과 당내 소장파의 리더인 남경필 의원(3선), 전재희 의원(재선)이 상대적으로 MB와 가까운 반면 현직 지도부(최고위원)를 이루고 있는 이규택 의원(4선)과 김영선 의원(3선), 핵심당직(원내수석부대표)을 맡고 있는 임태희 의원(재선)은 박 대표와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6명의 후보 간 경쟁에서 현재까지 여론조사상으론 김문수 남경필 의원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그러나 MB계열에선 재야 노동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탓에 ‘강성 이미지’가 굳어진 김 의원이나, 40대 초반의 나이에서 ‘왜소함’이 느껴지는 남 의원의 핸디캡을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50대 후반의 나이에 첫 임명직 여성시장을 거쳐 행정경험을 축적해온 전 의원의 분발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박’ 진영 3명 후보 중 이 의원은 민추협 대외협력국장을 지내는 등 민주화운동 경력에 경기도 내 최다선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60대 중반(42년생)의 나이와 ‘빅 마우스’(Big Mouth)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과거 대여(對與) 저격수 역할을 했던 전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3선이긴 하나 지역구 당선은 17대가 처음으로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않은 데다 아직 미혼이라는 점이 부담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임태희 의원은 40대 후반의 나이에 경제관료 출신인 데다 대표 비서실장-제2정조위원장-대변인-원내수석부대표 등 핵심당직을 두루 역임했던 경력 등이 맞물리면서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11월 중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이후 재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허 시장의 경우 2004년 6·5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박 대표 등 지도부의 직·간접적인 후원을 토대로 기반을 넓혀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시장은 특히 지역 정치권에서 권철현 의원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는 친박 그룹의 핵심 김무성 의원(전 사무총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2년 부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고(故) 안상영 전 시장에게 12표 차로 분패한 권 의원은 지난 3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등 중앙정치 무대에서 기반 넓히기를 시도했으나 최근 들어 부산시장 ‘재수’(再修)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권 의원은 지난 10월 초 국가청렴위원회가 알선수재 혐의로 자신을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 ‘인권유린’, ‘야당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한 이후 “선출직 선거에 나서 명예회복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 주변에서는 그가 당내 경선 출마와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선거전에 임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현안에 대해 소장·개혁파 모임인 ‘수요모임’ 핵심 멤버인 원희룡 남경필 박형준 의원 등과 보조를 함께하며 ‘반박’(反朴) 노선을 걸어 온 데다 MB와는 수시로 당내 현안에 대해 협의해온 점에 비추어 허 시장과의 ‘일전’이 박 대표-MB 간 ‘대리전’의 성격을 강하게 띨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재선 의원은 “부산 정치권을 양분(兩分)하다시피해온 권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친MB와 친박으로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만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은 두 대권주자 간 대리전이 될 확률이 높다”며 “권 의원과 허 시장 간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MB와 박 대표의 PK권(부산-울산-경남)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