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국 매체 CCTV는 제주도의 카지노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인 만큼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까닭에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예인 성매매 알선 부분이다. 당시 CCTV에선 제주도의 한 카지노에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광고 내용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칩 50만 장을 모으면 3류 배우 또는 모델과 2박 3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뭘 함께 할수 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성매매 알선 광고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중국 CCTV 보도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결국 제주지방경찰청은 전담팀을 꾸려 급히 관련 수사에 돌입했다. 한 달가량의 집중 수사가 이뤄진 뒤 제주지방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제주 서귀포시 소재의 호텔 카지노 직원과 중국인 관광객, 그리고 ‘보도방’ 중간연락책과 운전기사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성매매에 나선 여성도 불구속 입건됐는데 연예인은 아니었다. 한국 여성도 아닌 스무 살의 러시아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제주도 카지노 불법 성매매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까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 한 건의 불법 성매매에 대해서만 이뤄진 입건이기 때문. 성매매를 부탁한 중국인 관광객, 부탁을 받고 보도방에 연락해 성매매 여성을 부린 호텔 직원, 연락을 받고 성매매 여성을 카지노로 보낸 보도방 알선책,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과 불법 성매매를 한 러시아 여성 등이 입건됐다. 운전기사는 러시아 여성을 카지노까지 태우고 간 혐의다.
사실 CCTV의 보도 내용과 경찰 수사 내용 사이에선 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CCTV 보도 내용처럼 경찰이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긴 했지만 단 한 건의 불법 성매매에 대한 수사 내용일 뿐이기 때문이다.
경찰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불법 성매매가 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제주도 호텔 카지노 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게다가 애초 CCTV의 보도 내용처럼 연예인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서울지방경찰청이 성매매 일당을 검거했을 당시 몇몇 무명의 신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 등이 입건됐던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오피스텔 등을 무대로 불법 성매매를 일삼던 일당이 검거됐는데 이 과정에서 성매매에 나선 신인 연예인이 몇몇 포함돼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즘 규모가 크고 잘나가는 보도방 등 성매매 조직에는 연예인 지망생과 신인급 연예인, 그리고 모델 출신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배경으로 연예인과의 성매매라는 광고를 하는 불법 업체들도 늘고 있다. 중국 매체에서 ‘3류 배우 또는 모델’과의 성매매를 주선해준다는 광고가 보도됐다고 하는데, 이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성매매 조직들이 자주 사용하는 광고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3류 배우와 모델이다. 과연 이들을 연예인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연예인 성매매’가 아닌 ‘연예인급 여성과의 성매매’일 것이다.”
연예관계자들은 제주도 호텔 카지노 불법 성매매 사건 등에서 언급되는 ‘연예인’은 사실상 연예인의 범주 밖에 존재하는 이들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연예인 성매매라고 정색하고 바라볼 사안은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중국인과의 불법 성매매라는 암울한 그림자는 이미 연예계에 매우 가까이 다가왔으며 어느 정도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중국과의 사업을 진행하며 중국 쪽 인맥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한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중국 자본의 연예계 유입이 급증하는 추세로 그 여파는 한국 연예계와의 공식적인 비즈니스뿐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중국 현지로 가서 중국의 부호들과 불법 성매매를 갖고 있다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들려오고 있다. 스타급은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얼굴과 이름이 꽤 알려진 이들이 그 대상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 투자자들과의 만남에서 한국 연계관계자들이 ‘성상납’ 차원이나 ‘술자리 접대’ 차원의 자리를 신인 여자 연예인에게 요구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중국 투자자 측에서 요구하고 한국 연예관계자들이 이런 요구에 응하는 방식이다. 과거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추악한 단면으로 여겨지던 성상납과 술자리 접대 등이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