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당청회의를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의 힘겨루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몇 달 전 전면전을 벌일 것만 같던 기세는 누그러진 상태다. 공천룰 큰 그림엔 이미 합의했고 ‘디테일’만 조정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연이은 친박과 비박 의원들 간 모임은 이러한 기류를 그대로 드러낸다. 예산안 법안 처리 직후인 3일 새벽 감자탕집 회동, 6일 최고위원들 복집 회동, 9일 김무성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만남은 정치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세 번의 만남은 김 대표가 제안했고, 소맥잔이 오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김 대표가 계파 간 싸움을 적극적으로 진화하려 하고 있다는 스탠스로 읽힌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와의 술자리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친박 좌장 최 부총리가 국회로 돌아올 경우 김무성 대표와 전면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와 가까운 한 친박 의원은 “김 대표 측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최 부총리가)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공천 룰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안다. 새정치연합과 같은 내분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친박 내에선 이러한 화해 기류에 대해 부정적 시선도 감지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는 절대 한 배를 탈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김 대표를) 믿을 수 있느냐. 공천 학살을 당했던 사람이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면 우리가 그대로 당할 것이다. 무대(김무성 대표)를 더 밀어붙이면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데 왜 박 대통령이 물러서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대통령과 자주 연락한다는 또 다른 친박 의원도 “김무성 대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친박계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대선주자가 있다. 박 대통령은 차기 주자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려선 안 된다”면서 “박 대통령도 이제 레임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친박 의원들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도 퇴임 후를 생각하면 우리 쪽 의견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가 남다른 친박계에서 이처럼 항명에 가까운 말까지 나온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여권 내부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도 맞물린다. 김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주자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친박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비박계 수장이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친박계도 반 총장을 포함해 나름대로의 대선 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낙하산으로 꽂으려 한다면 거센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본다. 국회로 컴백하는 최경환 부총리를 포함해 친박계 내부의 대권 레이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