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에 두세 번 직접 경기를 관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경기장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게 됐다. 선수 가족들이 모여 앉는 관중석에 앉아 있으면 그날 주전으로 뛰는 가족들은 신이 나서 응원을 하는데, 그는 입으로는 한국팀을 응원하면서도 눈은 계속해서 벤치에 앉아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좇곤 하는 게 영 힘들기만 해서다.
하루는 혼자서 효창운동장과 남산을 걸어다녔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아들 생각을 하니 도저히 집에 있기가 힘들었다. 식사 시간이 지나 식당에 들어가 밥을 시켜 먹는데 목구멍으로 타고 올라오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 때문에 밥이 넘어가질 않더란다. 그래도 윤씨는 일본에 돌아가면 예전의 기량을 다시 발휘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만 싶다.
“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끝끝내 오빠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윤정환의 아내 이효영씨는 요즘 남편에게 이런 위로의 메시지를 띄운다. 엔트리 합류 당시의 기분으로 돌아가자고. 최종 엔트리 명단에 과연 이름이 오를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언론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터라 윤정환 부부는 최종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가까스로 ‘막차’에 올라탔으니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유럽 전지훈련중에 남편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누군 된다, 누군 탈락이다 하는 얘기가 선수단과 기자들 사이에서 근거 없이 오고 갔다. 남편이 불면증을 호소할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8강 진출 후 내심 4강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부푼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으로 끝나자 크게 낙담했던 윤정환이다. 이씨는 월드컵 이후 받게될 보너스에는 아직 관심도 없다고 한다.
나중에 소속팀에 돌아갔을 때 너무 창피할 것 같고 월드컵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할 것 같다며 걱정이다. “친하게 지내는 (고)종수씨나 (이)동국씨 입장을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래도 오빠는 두 사람에 비하면 행복한 것이 아닌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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