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의 광주 진출을 앞두고 지역 학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지역 학원계 맹주인 광주대성학원 조감도.
내년 1월 광주 동구 장동 광개토빌딩에 문을 여는 종로학원은 서울 강북 본원 등 전국적으로 25곳의 재수학원을 직영하고 있다. 서울대, 연고대 등 상위권 5개 대학 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재수학원의 대명사다.
광주종로학원은 단순히 이름만 빌려온 프랜차이즈 형태의 학원이 아니라 직영 독학재수관 형태로 자기주도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광주지역 상위권 재수생을 겨냥한 자기주도학습 온라인 단과·종합 학원과 재학생 중심의 국영수 전문학원 등 두 가지 형태가 모두 이뤄질 전망이다.
이투스학원도 독학재수관 형태로 진출하며 광주 봉선동과 북구 첨단지역, 서구 등 3곳의 프랜차이즈 사업자를 선정하고 신학기 개강에 맞춰 오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청솔학원, 스카이에듀 등이 광주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형학원의 광주 출점 중 가장 시선이 집중된 곳은 다름아닌 ‘종로학원’이다. 종로학원이 기존 지역학원계에 주는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종로학원의 광주 진출은 학원계에서는 이미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화되자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 지역학원 관계자는 “종로학원의 ‘본원적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지역학원계가 꼽는 종로학원의 ‘최고’ 본원적 경쟁력은 자체 브랜드 경쟁력과 함께 지역사회 학부모들의 수도권 명문학원 시스템에 대한 강렬한 ‘갈증’에 따라 ‘기존 학원과 직접적인 시장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역 학부모들의 관심이 종로학원에 몰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서울 유명학원일수록 강사진이 탄탄하고 대학입시에 대한 고급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따라서 독학재수반과 정규 재수종합반 병행 운영 등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짜게 될 경우 기존 학원을 상당히 위협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종로학원의 광주진출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은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고3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서울 명문학원의 지역 진출은 학부모들이 계속 기다려온 부분”이라며 “학원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특히 서울의 명문 학원 시스템에 대한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지역 토종의 몰락이 데자뷔된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역사회 전반에서 감지된다. 과거 광주는 수도권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거 진출함에 따라 내로라하는 지역업체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실제 1995년 광주신세계 입점을 시작으로 1998년 6월 현대백화점, 같은 해 9월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차례로 입점하면서 우리나라 ‘빅3’ 백화점이 모두 들어섰다. 결국 ‘빅3’ 백화점 입점 여파로 화니백화점, 가든백화점 등 광주의 향토백화점들은 채 몇 년도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고 말았다.
그런 탓인지 지역 학원계에 미칠 파장을 놓고도 계산이 분주하다. 우선 토종학원들이 향토백화점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어른거리고 있다. 지역 학원계는 막강한 자본력과 유명강사들의 라인업으로 무장한 종로학원·이투스의 진출은 지역에서 아무리 탄탄한 기반을 가진 학원이라고 해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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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원 관계자는 “자식교육 앞에선 애향심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부유층 자녀들 상당수가 서울 원정 재수 길에 오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내세우며 브랜드 있는 종로·이투스 학원이 진출한 만큼 결국 향토백화점이나 동네 빵집처럼 지역 학원들도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토종학원들의 경쟁력도 수도권학원 못지않다는 것이다. 특히 뭉뚱그려서 따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두 그룹으로 나눠서 따져 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역 학원계의 맹주인 광주대성학원과 여타 중소재수학원 간에 ‘맷집’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광주 재수생 시장 규모는 1200~2000명 규모로 대략 대성과 양영, 일등학원이 6:3:1 비율로 분점하고 있다.
광주대성학원은 수년간에 걸쳐 명문대 진학 실적을 앞세워 호남에서 독보적 지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 전과목 만점자 5명과 서울대 의예과 합격자 12명 등 의학계열 98명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같은 실적이 보여주듯 ‘전남대·조선대병원 의사 가운데 절반은 광주대성학원 재수생 출신이다’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명성에서나 경쟁력에서 수도권 대형학원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로 분석된다. 대성학원이 지난 2009년 남동시대를 마감하고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주위로 신축 이전해 시설환경을 개선하고 현대식 기숙사를 신축해 원스톱 교육체제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이와 함께 경영진의 탁월한 ‘수완’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광주대성학원은 광주 학원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현 김기중 이사장(72)에 의해 지난 1975년 옛 전남여고 앞 3층 건물에서 태동했다. 옛 양영학원 등 지역의 수많은 학원들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광주대성학원이 있기까지는 김 이사장이 빼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것이 대성학원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학원들의 파상 공세는 “‘기왓장 몇 장 빼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끄떡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양 측이 겨냥하는 ‘자원의 성격’이 다른 만큼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광주대성학원 신길웅 부원장은 “종로나 이투스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가진 독학생을 겨냥한 반면에 대성학원은 정규 재수종합반으로 지원자가 판이하게 다르다”며 서로 다른 재수시장 영역을 양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는 달리 2~3위권 재수학원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지역학원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원 100~150명 안팎 수준에서 겨우 순익분기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수십 명만 빠져 나가도 이들 학원이 느끼는 충격파는 ‘서까래가 무너진’ 것과 같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역 학원계는 “일부 재수학원의 프랜차이즈화나 몰락은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수도권 대형학원들의 세칭 ‘광주공습’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선택은 교육수요자인 지역민에게 넘어갔다. 가뜩이나 유통업체의 지역 진출로 지역 토종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지역민들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