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 대림역과 안산 원곡동 등 중국동포 밀집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단지 내용이다. 이 같은 전단지를 붙인 곳은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으로 장기체류를 원하는 중국 동포들을 겨냥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다. 버섯종균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인증하는 국내 공인인증자격증 중 하나로 중국동포가 취득할 경우 재외동포 자격의 F-4 사증으로 변경해준다. F-4 사증을 발급받으면 3년에 한 번씩 연장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영구체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국동포가 기술자격증을 발급받으면 기존 사증을 F-4로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추세는 기술습득보다 한국체류를 목적으로 학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유인하는 자격증학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존 정보기능운용사,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주종목으로 내걸었던 학원들이 이제 버섯종균기능사, 세탁기능사 등의 종목이 다른 자격증보다 취득하기가 쉽다는 장점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관련 학원들은 법무부가 지난 2013년부터 실시하는 기능사 교육기관 등록제에 따라 일정한 시설요건과 설립 기간 등을 검증받은 기관에 한해 등록이 가능하다. 등록된 학원은 서울에 45개 정도 있었고 교육종목은 제빵, 정보처리, 미용, 전기, 용접, 원예, 한식, 유기농업 등이다.
실제로는 교육기관으로 등록하지 않고 교육을 하는 곳들도 많았고 등록한 교육 이외의 교육을 하는 학원도 있었다. ‘세탁’과 ‘한식’을 교육하겠다고 등록한 기관이 실제로는 ‘버섯학원’으로 이름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교육기관 등록 자체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는 엉망인 실정이다.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은 원균 증식배지제조, 종균 배지제조 등을 배우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구성되며 학원에서는 두세 달 동안 수강을 하는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수강료는 학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70만~90만 원 정도의 고가였다. 한 학원은 광고에서 해당 학원 수강생들이 올해 시험에서 필기 70%, 실기 91%의 합격률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2014년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 합격률은 필기 65%, 실기 79%였다.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 아무개 씨는 “필기와 실기시험은 단기간에 독학해서 볼 정도로 쉬웠다. 동포들이 평소에 공부하는 학원인 시험장에서 실기시험을 봤는데 30여 명 가운데 대다수가 중국동포였다”며 “
나는 자격증을 갖고 버섯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지만 이쪽 일을 하며 중국동포를 본 적은 거의 없다. 기술 습득이 아니라 한국 체류를 위해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공인 자격증은 전문가 양성이란 본질을 잃고 장기 체류를 위한 비자 발급 수단으로 변질돼 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중국동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여성이 H2 비자 만기가 얼마 안남아 따기 쉬운 자격증을 취득해서 F4로 변경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버섯종균기능사를 추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점도 많다. 지난 11월에는 단기입국비자인 C-3 비자로 입국한 중국동포가 체류 연장을 위해 정보처리기능사 필기시험을 봤고 시험장에서 부정행위를 해 기소된 적도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