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버섯이 일으키는 환각 증상은 상당히 흥미롭다. 평범한 물체가 실제보다 더 크거나 작게 보이게 하거나 졸음과 섬망(아무 말이나 수다스럽게 지껄이며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는 증후)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무척 들뜨고 저돌적인 기분이 들며 신기한 신체 묘기를 부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만든다.
바이킹족은 전쟁에 나가기 전 광대버섯을 먹은 순록의 오줌을 마셨는데, 이는 피로와 통증을 덜 느끼게 하고 무모한 용맹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코카인은 뇌간의 각성계, 시상하부의 섭식중추, 전두엽과 변연계의 보상중추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코카인을 사용하면 수면 욕구가 줄고 식욕이 떨어지며 극심한 도취감이 일어나지만, 공급이 끊기면 심한 졸음이 오고 음식 섭취가 늘어나며 심한 우울증이 찾아온다. 시간에 따라 코카인 남용이 일으키는 이러한 감정의 기복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어떻게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쓰게 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는 6일간 코카인을 대량 복용한 상태에서 이 책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톡소포자충’으로 알려진 단세포 기생충은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건드리다가 자주 감염되고 암 같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 톡소포자충이 뇌에 들어가면 눈에 띄게 행동의 변화가 생긴다. 이 기생충은 우리 뇌가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생산량을 크게 늘리도록 돕는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남성은 더 외향적이고 공격적이며 의심이 많고 쉽게 질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성은 더 친절하고 느긋하며 질투와 의심을 잘하지 않지만 감염되지 않은 여성보다 자살을 시도율이 높다. 오늘날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이 기생충의 존재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닐까?
<감정의 식탁>은 ‘우리가 섭취하는 건 약물이든 음식이든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태도 또한 바뀔 수 있다’며 ‘몸에 들어가는 물질은 영양소가 있든 없든 모두 약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피, 차, 담배, 알코올, 코코아, 마리화나는 물론이고 초콜릿이나 리신, 트립토판 같은 필수 아미노산처럼 영양소를 함유한 식품조차도 약물의 속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맥거프 UC 어바인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저자 게리 웬크는 풍부한 역사적 지식으로 음식과 감정, 생각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뇌 지식을 바로잡고 음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라고 평가했다.
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