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소유의 건물에 입주해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광주 도심에서 벗어난 동구 학동, 무등산으로 올라가는 자락 초입의 식당과 슈퍼마켓 사이로 증권사가 하나 위치해 있다. 바로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다. 영업소는 지점보다 하위 형태로, 지점으로 운영하기에는 자금 및 고객의 수가 적은 점포다.
지난 10일 <일요신문> 취재팀이 찾은 영업소 내부에는 시세전광판도 없이, 몇 명의 직원과 거래용 컴퓨터 5~6대만 배치돼 있는 한산한 곳이었다. 아직 장이 열리고 있는 시간대인 오후 1시임에도 영업소에는 60~70대 남성 10여 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실제 남광주영업소는 지난 몇 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가 온라인 주식거래 활성화로 실적이 좋지 않은 지점은 폐쇄 또는 통폐합하고 있는 실정에서 남광주영업소는 계속되는 적자에도 폐쇄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의 한 직원 역시 “남광주영업소가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변두리에 지점도 아닌 영업소가 왜 남아있는지 의문이긴 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를 두고 건물의 임대료를 보전해주기 위해 영업소를 폐쇄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가 들어선 건물의 이름은 ‘용문빌딩’이다. 영업소는 빌딩 1층의 약 396㎡를 이용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건물의 소유주는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으로 돼있다. 김 이사장은 현대그룹의 오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김 이사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이기도 하다.또한 김 이사장은 지난 9월말 기준 현대증권 주식 4만 9801주(지분율 0.02%)를 보유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문희 이사장
그러나 남광주지점 역시 적자로 인해 폐쇄가 될 뻔했었다고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경영진에서 남광주지점이 계속해서 적자에 허덕이자, 지난 2009~10년쯤 지점 폐쇄를 시도했다”고 전한다. 당시 현대증권의 한 임원이 실적이 좋지 않자 지점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 폐쇄를 고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어떠한 이유에선지 현대증권 남광주지점은 폐쇄까지는 가지 않았다. 대신 ‘지점’에서 ‘영업소’로 한 단계 하향돼 현대증권 광주지점에 편입됐다.
최근 현대증권은 서귀포, 강릉 등 몇 곳의 영업소를 폐쇄했다. 현재 영업소 중에는 전국에서 남광주영업소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너인 현 회장이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를 폐쇄하지 않고 유지함으로써 어머니 김 이사장의 개인 건물에 임대료를 보전해주려 한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가 내는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용문빌딩의 임대료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용문빌딩의 경우 서울의 용문학원에서 임대업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인중개사무소 한 관계자는 “학동이 도심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건물들은 층수가 낮고 허름하다. 반면 용문빌딩은 5층 건물에 넓고 시설도 가장 괜찮은 편이다. 따라서 임대료가 다른 곳에 비해 싸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 용문학원에서 건물을 관리하다보니 공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공실이 생긴다고 임대료를 낮추거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광주영업소가 지난 16년간 용문빌딩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에 임대료는 수억 원에 이를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현대증권 측에서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대증권 남광주영업소가 들어선 곳이 김 이사장의 건물인지 몰랐다”고 반박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남광주영업소의 건물 임대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남광주영업소는 장기로 계약하는 조건으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임대료가 책정돼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적자에 허덕임에도 지점을 폐쇄하지 않은 의혹에 대해서는 “현대증권은 재작년까지 거의 95%의 지점이 적자였다. 따라서 흑자 적자로 지점 폐쇄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업소의 경우 워낙 작아 수익을 내기 어려워 따로 실적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남광주영업소의 경우 광주지점에 속해 있다. 그런데 광주지점이 구도시에 있어 상권이 좋지 않아 옮겨야 할 처지에 있다. 현재 어디로 옮길까 고민하며, 현 지점을 내놓고 팔리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광주지점의 문제가 정리돼야 남광주영업소를 폐쇄할지 통폐합할지 결정할 수 있어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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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이사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학교법인의 재산 수억 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사학법인 용문학원 소유의 건물이 문제였다.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김 이사장은 해외에 체류 중인 자신의 딸을 서류상 용문학원 소유 건물 관리인으로 등재해 임금 명목으로 3억 7000여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은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벌금 2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김 이사장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그리곤 검찰의 구형량보다 중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 이사장의 딸이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급여를 받았고, 관리인으로 임명된 후에도 용역업체에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건물 관리를 도맡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이사장이)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줄 알면서도 (딸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횡령기간이 8년이 넘고 금액도 3억 7000여만 원에 이르는 점, 혐의를 부인하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김 이사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