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3분기 들어 적자전환하면서 박삼구 회장의 인수 의지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매각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자문사 선정 작업까지, 꽤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알려진 상태다. 12월 말까지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곧바로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나오는 얘기를 우리 쪽에서 말한 적 없다”며 “금호산업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흘러나온 타당성 조사나 자문사 선정에 대해서도 “근거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의 부인에도 IB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불거지면서 과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룹 재건을 천명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 회장 역시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타이어’를 차례로 되찾아 그룹을 재건한다는 계획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금호고속을 인수한 데 이어 현재 금호산업 인수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11월 말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자금 조달계획을 승인한 상태다. 이변이 없는 한 12월 말이면 금호산업은 박 회장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만 남는다. 내년 초 금호타이어마저 인수하면 박 회장은 염원하던 그룹 재건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태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질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금호타이어 노조의 파업 모습.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3분기 들어 적자전환하며 맥없이 추락했다. 글로벌 타이어업계 침체와 극심한 노사 대립이 얽힌 데 따른 결과다. 노조는 전면파업을,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하며 극한 대결을 펼치면서 잘나가던 금호타이어의 기세가 꺾였다. 이러한 이유로 자금 문제를 떠나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사그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사자인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이 인수할 것으로 믿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직접 언급하기는 무리겠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장님이 긍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일부에서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추측성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대표격인 산업은행 역시 최근 IB업계에서 돌고 있는 얘기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이 완료된 후 내년 초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 매각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쪽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던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자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매각 작업을 보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 초만 해도 1만 원대였던 금호타이어 주가는 현재 6000원대로 폭락한 상태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가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개선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외부 변수가 겹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환경도 좋지 않다”면서 “외부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정작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주가에 대해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의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금호타이어에 악재가 많았지만 악재와 주가 하락이 매각 작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의 중장기 계획과 사업 연계성에 따라 기업 가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는 기본적으로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금호산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채권단의 매각 일정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금호타이어를 생각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하나하나 처리해나갈 예정이지만 지금은 금호산업 인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서 솔직히 향후 일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은 지난 10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남아 있지 않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