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내빈 약 400명이 자리에 참석했다. 특히 류우익 전 청와대 비서실장, 맹형규 전 안행부 장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친이계가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책을 쓰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저도 책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모 30여명과 많은 의논을 하는 등 오랜 시간 고뇌했다”며 “최소한 출판기념회에 왔으면 적어도 책을 읽어봐야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책에 대한 비판을 하곤 한다. 제가 읽어봤더니 이 책은 정직하게 쓰였다”고 밝혔다.
서평을 담당한 서울대학교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은 “이 책을 보면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협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참모들의 역할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며 “광우병 정국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 급격히 하락했다. 이 전 수석은 적절한 조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중도강화론’과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돌리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 역시 책 서두에서 “우리나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국정운영의 모든 것이 초기화 돼왔다. 불필요한 국력 소모가 너무 크다”며 “저는 국정의 중심인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계승과 발전’의 정치 관행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수석은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제 본적이 서초동이다. 여기서 결혼했고 애들 세 명을 이곳에서 다 키웠다”며 “누가 저더러 ‘친이계’ 대표라고 하는데, 친이계 대표 맞다. 부인할 생각 없다”며 “이젠 친이계 차원을 넘어 ‘국가대표’ 국회의원을 하고 싶다. 서초동 28년 토박인 제가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키는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회의장은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게 단숨에 읽었다. 고뇌를 행간에 담아 독자가 재밌게 읽게 만들었다”며 “출판 기념회 전에 언론에 내용이 이렇게 대서특필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전 수석의 특출한 능력이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이 강조한 부분은 이 전 수석이 ‘연평도 포격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묘사한 대목이다. 이 전 수석은 책(212p~213p)에서 “우리가 연평도 포격을 당했을 당시 이 대통령은 군 수뇌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은 ‘동종, 동량의 무기로 반격해야 한다’는 유엔사 교전수칙을 앞세웠다. 이 때문에 도발원점인 북한 황해도 개머리반도의 해안 포진지를 타격하지 못했다. 대신 K-9 자주포로 북한 무도 일대의 포진지에 80발을 응사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책에서 “연평도 상공까지 출격했던 F-15전폭기 두 대를 활용해 공격을 가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들은 ‘미군과 협의할 사안’이라며 행동에 나서는 것을 주저했다”며 “더 한심한 것은 출격한 F-15 전투기 두 대에는 공대지미사일이 장착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나승룡 국방부 부대변인은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군은 국가안보의 초석이다. 당시 부여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당시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은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작전의 효율성상 초계전력에는 대체로 공대지 미사일 탑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전 수석은 논란을 의식한 듯, 출판기념회가 끝난 자리에서 “군 지휘부가 지대공 미사일 타격에 대해 주저 반응을 보인 건 사실이다”며 “국토가 공격을 당했을 때 ‘자위권’은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권리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군이 평화무드에 적응해 전투의식이 희박해졌다. 저는 이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은 “누구를 폄하하거나 매도하려는 목적 없다. 이번 목함 지뢰 사건도 그렇고 도발시 우리가 원점 타격해야 하는 것은 교전수칙을 넘어선 개념이다. 자위권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따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