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경마장에서 스페인전을 관전하고 있는 팬들. | ||
16강전까지는 모두 경마가 없는 날이나 시간에 축구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붉은 경마장’ 행사는 수월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팀이 8강까지 올라가면서 불거졌다. 8강전은 토요일. 경마를 하자니 ‘붉은악마’들이 성화, 안하자니 경마팬들이 성화일 터.
“6월22일 토요일은 경마 경주가 있는 관계로 축구경기 상영을 하지 않습니다. 이점 양해해주시고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탈리아전 직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마사회의 안내방송. 당시엔 고심 끝에 ‘본업에 충실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이런 결정은 곧바로 ‘붉은악마’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고 마사회는 하룻만인 19일 U턴해야만 했다.
“FIFA가 월드컵 일정을 잡고 천재지변이 아닌 한 변경하지 않듯 경마도 마찬가지다. 일정을 잡아놓은 이상 취소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절충안’을 찾은 셈이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사회 관계자의 전언. 참고로 가장 최근 경마가 멈췄던 것은 수십 년 만의 폭설로 전국이 마비됐던 지난 2000년 1월, 이틀간이었다. 월드컵 같은 하찮은(?) 이유로 경마가 중단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사회가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린 진짜 속내는 뭘까. 바로 경마사업의 한계이자 극복해야 할 지상과제인 ‘불건전 이미지 개선’이었다. 마사회의 결정 이후 홈페이지에는 “여섯 경기도 하지 말자”는 ‘과격한’ 의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환영을 표하고 있다.
한편 게시판에는 경마팬이면서 축구팬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지난 이탈라아전을 경마에 빗댄 글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