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한국과 스페인 경기가 끝난 직후 스페인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이 불공정했다며 강력히 항의하자 카마초 감독이 선수들을 뜯어말리고 있다. 특별취재단 | ||
그런 가운데 스페인의 유력 스포츠지의 한 여기자는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해나가다 어느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오늘 경기의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공정한 판정이었습니다. 이전의 어느 경기보다도 깨끗한 판정이었어요.”
“혹시 축구 취재를 언제부터 하셨지요?” 3년째라고 대답하자 “난 이번이 3번째 월드컵 취재입니다.”
통역을 통해서 취재를 해나가던 그 여기자는 한국 기자들이 대부분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얘기하자 어이없어하며 취재경력을 물고 늘어졌다. 오심을 오심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국내 기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어떤 부분이 오심인지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이렇듯 포르투갈전 이후로 한국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심판 판정 문제가 핫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몇몇 외국 언론들은 이번 대회를 ‘심판 스캔들’이라고까지 폄하하며 판정 시비를 월드컵 전체 이미지로 확대시키려 할 정도다.
스페인 기자단의 통역을 담당하는 조예성씨는 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 스위스 기자들까지도 심판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연장 후반 호아킨의 드리블이 골아웃으로 판정되자 ‘소문이 사실이네’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야유를 보냈다. 선수들도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의 부당함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고 전했다.
▲ 14일 포르투갈전에서 산체스 주심이 베투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 ||
먼저 어떤 외신 기자나 한국이 상대한 팀들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정작 그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논리적인 설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탈리아는 연장전에서 토티가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하고 톰마시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시비를 걸었지만 그로 인해 승리를 놓친 것은 아니라는 게 외신 기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탈리아는 수차례의 골 찬스를 맞고서도 번번이 골문을 빗겨나가는 슈팅을 때렸고 후반 이후 극심한 체력 저하로 한국에 끌려 다니며 수세를 면치 못했다.
또 부심의 골라인아웃 판정이 논란의 대상이 된 스페인전에서도 모리엔테스가 골을 성공시키기 전 호아킨이 드리블하다 센터링하는 순간 이미 부심은 골라인아웃임을 알리는 깃발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은 주심의 휘슬 소리에 더 이상 수비할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특히 이운재는 가만히 서서 모리엔테스가 공을 차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일본에서 축구 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신무광씨는 “심판들의 판정은 아주 정확했다. 오프사이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축구 강국에서 판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고 주장했다.
<코리아 헤럴드>의 오완 스와니 기자는 스페인전에선 오히려 심판들이 한국팀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이색 주장을 폈다. “로메로 같은 선수를 퇴장시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오심이다. 특히 김남일에게 너무나 위험한 파울을 가했는데도 경고 한 번 주지 않았다. 또 모리엔테스가 헤딩슛을 하러 점핑하기 전에 김태영을 잡은 것도 파울이었다”며 심판들이 판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팀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완 스와니 기자는 이탈리아전과 스페인전에서 일부의 판정이 한국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상대팀에게 유리한 상황을 제공한 오심도 분명히 있었고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선수 퇴장 이후 침몰했다는 분위기 때문인지 주심이 ‘빨간딱지’를 아꼈다며 안타까워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최고참이면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는 이에로는 믹스트 존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가운데 “판정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같은 좋은 팀을 만나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로의 이 인터뷰는 한국 기자가 아닌 스페인 기자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라 그 내용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국제심판으로 활동 중인 L씨는 이번 한국팀 경기에 홈어드밴티지가 적용됐음을 시인했다. 홈어드밴티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역대 어느 대회에서도 있었고, 개최국과 경기를 치르는 상대팀이 패인을 홈어드밴티지나 심판 스캔들 탓으로 돌리는 건 관례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