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김태영 선수의 듬직한 얼굴이 그만 가려져 버렸다. 지난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김태영 선수는 배트맨과 흡사해 보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황선홍 선수의 ‘붕대 투혼’에 이은 ‘마스크 투혼’인 셈. 김태영 선수의 부상 소식에 가슴을 태우던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의 투지에 박수를 보냈다.
이는 지난 18일 이탈리아와 가진 16강전에서 비에리의 반칙으로 코뼈가 부러진 김태영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안면보호대. 수술 후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코뼈를 보호하기 위해 맞춤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 김태영 선수 사진=특별취재단 | ||
일본에서는 ‘똑같은 보호대를 사고싶다’는 팬들을 위해 모양만 본뜬 가짜 보호대까지 등장했다고. 미야모토에게 안면보호대를 제공했던 아디다스측은 폭주하는 팬들의 문의전화에 무료로 이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영 선수의 안면보호대를 마련하기까지 대표팀 관계자들은 정말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다음 경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없던 터.
또한 목걸이나 반지 등의 액세서리를 함부로 허용하지 않는 FIFA의 규정도 고려해야 했다. 이에 미야모토가 착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구하기 위해 미야모토의 마스크를 만들었던 일본의 기술진 2명을 지난 19일 긴급히 입국시켰다.
이들은 30분에 걸쳐 김태영의 얼굴 크기를 재고 본을 뜬 다음 일본으로 돌아가 다음날인 20일 완성된 보호대를 전달했다.
대표팀의 최주영 물리치료사는 “김태영 선수의 얼굴 윤곽에 꼭 맞게 제작됐기 때문에 경기중 헤딩을 할 때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속재질은 사용하지 않고 특수섬유로만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피부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김태영 선수도 “생각보다 상당히 편하다”며 만족했다고.
미야모토가 착용했던 보호대는 전체가 검은색. 반면 김태영 선수의 보호대는 붉은색과 검정색이 혼합돼 ‘붉은악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FIFA 규정에는 목걸이나 반지 등 몸싸움 중에 상대선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액세서리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금속재질로 된 액세서리에 부드러운 테이프를 감아야만 착용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안정환이 멋진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그의 반지에도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고.
불꽃 투혼을 보여줬던 김태영 선수. 농구선수들의 특제고글만큼 멋지진 않았지만 마스크를 쓴 그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