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욱 | ||
연일 감동의 물결을 연출해낸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했다. 유럽 강호들과 전력을 다해 상대하다보니 체력소모가 너무 심했던 게 주 패인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낸 태극전사들에겐 박수와 환호만이 따라다니고 있다.
이젠 3·4위전이 남아 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은 어떤 진용을 꾸려 월드컵 피날레를 장식할까.
우선 지금껏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 선수들이 3·4위전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보인다. 독일전에서 드러났듯이 주전 대부분 선수들은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탈진 상태다.
4강까지는 지면 떨어지는 살얼음판이었지만 3·4위전은 죽을 각오로 싸운다기보다는 우리가 이뤄낸 전인미답의 성과를 자축하는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히딩크 감독이 1년 반 동안 함께 고생한 모든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줄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공격진은 황선홍을 중심으로 이천수 최태욱을 양날개로 하는 스리톱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 최태욱은 올 초까지만 해도 ‘좌천수 우태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히딩크 감독이 신임하던 공격라인이었다. 감각적인 플레이의 이천수와 상암경기장 개장 기념 경기에서 첫번째 축포를 쏘아 올렸던 최태욱은 월드컵 출전을 통한 유럽진출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미완의 대기’였던 설기현이 개인기와 파워를 앞세워 이천수를 스타팅에서 밀어냈고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최태욱 역시 오른쪽 날개 자리를 올라운드 플레이어 박지성에게 내주어야했다.
조별 예선 포르투갈전부터 최전방공격수로 선발 출장해왔던 안정환은 이미 월드컵을 통해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설기현 박지성 역시 골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유럽팀과의 격전을 치르며 이들 세 명 모두 체력이 바닥난 상태. 대표팀 은퇴를 앞둔 황선홍과 절치부심해온 이천수 최태욱이 공격라인 스타팅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 지금껏 출전 기회를 얻지못한 선수들이 3·4위전에서는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보인다. 현영민 윤정환. 특별취재단 | ||
수비라인 역시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홍명보-최진철-김태영 라인은 철벽 수비로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들 모두 30세 이상의 노장들이고 스토퍼인 김태영은 코뼈 부상 중이며, 최진철은 잦은 구토 증세를 보여왔다.
따라서 그동안 출전기회가 없었던 현영민과 독일전에서 교체멤버로 첫 출전한 이민성의 선발출장이 기대된다. 지난 97년 ‘도쿄대첩’ 결승골 주인공인 노장 이민성은 마지막 출전이 될 이번 3·4위전에서 좋은 추억을 얻고 싶을 것이다. 대표팀 ‘젊은 피’ 현영민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꾸려질 올림픽대표팀 발탁이 확실한 만큼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히딩크 감독이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미드필더진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변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최고의 테크니션 윤정환의 출장은 유력해 보인다. 체력과 수비력 문제로 히딩크 눈밖에 나있다가 월드컵팀 막차에 올랐지만 정작 본선에선 출장기회가 없었다.
자로 잰 듯한 패스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게 윤정환의 전매특허. 그동안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를 누빈 유상철 대신 윤정환의 발놀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팬들이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안정환에게 그림 같은 패스를 해준 윤정환의 기교를 기대할 듯싶다.
양 사이드 플레이어로는 송종국과 이을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이영표가 유력해 보인다. 이들 역시 월드컵 기간 내내 활약했지만 다른 포지션에 비해 대체요원이 약한 게 사실이다. 히딩크 축구의 핵이 바로 이들 미드필더들인 만큼 최종전에도 중용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부상이 심한 김남일은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지와 스피드가 좋은 최성용의 기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골키퍼는 이운재의 출장이 거의 확실하다. 김병지나 최은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최고 골키퍼상인 야신상 후보에 오른 그에게 히딩크 감독은 분명 배려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