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무리 중요한 국제대회라고 해도 선수들의 생리현상은 풀어줘야 한다며 ‘섹스 OK!’를 외쳤던 프랑스, 폴란드, 아르헨티나 등은 예상을 뒤엎고 일찌감치 조기 귀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특히 지난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의 16강 탈락은 충격을 자아냈는데 다양한 탈락 원인 중 섹스에 대한 지적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즉 프랑스 선수들이 일찌감치 아내와 애인들을 입국시켜 같이 생활한 덕분에 그라운드에서 힘없는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
반면 처음부터 ‘금욕령’을 내리고 선수들의 하체를 완벽하게 통제했던 브라질, 이탈리아 등은 그 덕인지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국기를 상징하는 콘돔을 만들 만큼 축구광들이 대부분인 브라질은 정작 선수들한테는 월드컵 기간만큼은 절대 섹스를 해서는 안된다는 스콜라리 감독의 특명으로 뜨거운 열정을 오로지 축구공에만 쏟아부었다. “섹스를 못참으면 동물”이라는 극한 발언을 서슴지 않을 만큼 선수들을 강하게 통제한 스콜라리 감독은 우승 후보로 꼽히던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의 탈락을 지켜보며 금욕 철학에 더욱 소신을 얻게 됐다.
참가국 중 선수들의 성생활과 관련해서 가장 자유스러웠던 미국과 스웨덴은 부인이나 애인이 선수들과 같은 숙소에 묵으며 수시로 사랑을 확인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오픈 섹스’를 권장한 케이스. 그러나 무난히 16강 진출을 이뤄 섹스와 경기력은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국대표팀은 어땠을까.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직전 섹스문제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즉 선수들의 사생활인 만큼 통제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러나 월드컵이 진행되면서 그는 선수들이 묵는 호텔의 성인용 유료채널을 차단시키는 등 자극을 막았고 경기 전에는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 하루 동안은 가족들과의 만남을 용인하면서 특별히 섹스를 하지 말라는 주문은 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팀은 대표팀 내에서 섹스 얘기는 금기어로 여겨질 만큼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 감독들은 철저히 금욕주의를 주장했고 선수들의 생리현상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던 게 사실.
그러나 일부 선수들, 특히 가정을 가진 선수들은 이런 감독의 처사가 다분히 일방적이고 성적에 집착한 행위라며 조심스럽지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현재 23명의 태극전사들 가운데 기혼자는 12명. 50%가 넘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내 사랑에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어 오랜 합숙과 훈련으로 지친 심신을 틈틈이 이어지는 가족들과의 만남으로 풀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병지, 유상철 등은 경기 전의 성생활에 대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반응. 물론 월드컵처럼 큰 경기를 앞두고 부부생활을 즐길 만큼의 배짱은 없지만 그렇다고 수도승처럼 살 수만도 없다는 것.
선수의 아내들은 대부분 일부러 ‘불씨’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A 선수의 아내는 “평가전 때는 휴가기간 동안 부부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월드컵 기간엔 그럴 기회도, 마음도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태극전사들은 침실에서부터 ‘빗장수비’와 맞닥뜨리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