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차범근-차 두리 부자. 과연 차두리는 아버지가 못다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종현 기자 | ||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월드컵 대표선수로 발탁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희귀한 경우라서 당연히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번 월드컵에서 차두리(22)가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부자(父子)가 나란히 본선무대를 밟는 기분 좋은 이변이 연출됐다. 그렇다면 ‘차범근-차두리’와 같이 ‘부전자전’의 업적을 달성한 유럽판 ‘부자 플레이어’로는 과연 누가 있을까.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아들이 장차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차두리 또한 어린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와 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던 자랑스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축구선수로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월드컵 본선에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명함을 내민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세사레 말디니(70·현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주장인 파울로 말디니(33)가 그 주인공.
▲ 이탈리아의 세사레 말디니(70·현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 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주장인 파울로 말디니(33) 부자 | ||
당시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맞붙은 우승국인 프랑스에게 승부차기로 패하면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2002월드컵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각각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과 이탈리아 대표 선수로서 다시 월드컵에 참가한 말디니 부자가 8강에서 맞붙게 될 경우 흥미로운 경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말디니 부자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감독과 선수로서 함께 뛴 경력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밑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아들로서는 그다지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유독 엄격할 수 밖에 없었고 아들은 그 때문에 남다른 마음 고생을 해야만 했다.
또한 아버지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에는 다른 동료 선수들이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보거나 그를 따돌리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었다고 하니 유명한 아버지를 둔 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파울로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할 계획이며, 은퇴 후에 감독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또 모델 못지않은 수려한 외모 덕분에 이미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으로부터 끊임 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팬들은 그가 은퇴 후 혹시 모델로 활동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갖고 있다.
▲ 폴란드의 블로지미에레스 스몰라렉(45)과 유제비우스 스 몰라렉(21) 부자 | ||
하지만 폴란드의 ‘숨은 진주’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아들 유제비우스는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또 하나의 ‘월드컵 부자 출전’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그가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무릎 부상으로 회복이 더딘 점도 있었지만 예지 엥겔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던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아버지의 후광이 오히려 아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는 많다. 다른 선수보다 갑절의 노력을 더해야 하는 부담감도 2세들에게는 남모를 고충일 것이다. 때문에 “월드컵에서 반드시 골을 넣을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라는 차두리의 야무진 각오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이 이번 월드컵에서 아들에 의해 반드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