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김응용 감독(왼쪽), 기아 김성한 감독 | ||
이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지략싸움을 동물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싸움으로 바꿔 구성해도 재미있을 성싶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동물들이 벌이는 이야기는 곧 프로야구판의 우승을 향한 장기 레이스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세상사 어딜 가나 강하면 먹고, 약하면 먹히는 정글의 법칙은 관통되기 마련이다.
[삼성 김응용 무뚝뚝한 코끼리]
지난해 18년간 둥지를 틀었던 빛고을을 떠나 달구벌로 옮긴 뒤 탄탄한 휘하 가솔들을 부려 이내 전국의 농장을 발아래 뒀다. 그런데 아뿔사! 마지막 전국농장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잠실혈투에서 그만 곰에게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다시 세력권인 달구벌로 움츠러들었다.
그후 6개월간 와신상담하다 올시즌 또다시 가솔들을 이끌고 중원 장악에 나선 코끼리는 겨우내 약점을 커버하는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 제물포의 용병 틸손 브리또와 오상민을 데려와 새 이빨로 끼워 넣은 데다 과거 집이 좁다고 나간 양준혁을 과감히 포용해 약점을 최대한 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빛고을 시절 휘하에 데리고 있던 살모사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두 다리 쭉 뻗고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코끼리 밑에서 지도자 수업까지 합쳐 무려 18년간 웅지를 키워온 살모사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도 특유의 영특함에 용맹성까지 갖춰 일찌감치 후계자로 꼽히던 터.
[기아 김성한 저돌적인 살모사]
코끼리가 달구벌로 옮긴 뒤 지난 1년을 빛고을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그는 올해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며 확실하게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휘하 병력이 풍부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막힘없고 과감한 용병술로 승부처를 정면 돌파하는 게 장기다. 그런데다 지난해 그의 홀로서기를 집중적으로 도와준 곰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일약 농장 분위기를 리드하고 있다.
스승인 코끼리의 욕심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욕심을 가진 살모사는 이 같은 상승세를 연말까지 이어가 잠실에서 열리는 전국농장시리즈의 패권을 장악한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 두산 김인식 감독(왼쪽), 현대 김재박 감독 | ||
믿음과 뚝심이 트레이드마크인 곰은 지난 시즌 내내 코끼리에게 밀리는 듯 보였지만 잠실 대회전에서 결정타를 날려 전국농장시리즈를 거머쥠으로써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가솔들을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군자금과 군량미 사정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부터 특유의 뚝심으로 이들의 재기만을 기다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휘하에 있는 부상 가솔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아무래도 지금이 아니고 연말 전국을 돌며 벌일 농장시리즈다. 7년간 잠실벌을 호령하며 농장시리즈를 두 차례나 제패한 그는 무더운 8월까지만 이대로 가면 나중에는 잡아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주군은 만족할 만한 군자금을 대주지 못하지만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밝히고 있다.
[현대 김재박 구렁이 먹은 여우]
2년 전 가을 수원성 전투에서 곰의 발톱에 한 방을 맞은 뒤 좀처럼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처가 컸다. 지난해도 전국농장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또다시 곰에게 패퇴한 그는 최근 가세까지 급격하게 기울어 맘이 편치 못하다. 군량미가 딸리니 가솔들의 동요가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조용준이라는 쓸 만한 어금니 하나를 새로 갈아끼워 넣은 것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상황이 그리 편치 못하다. 최근에 어쩌다 비틀거리는 모습이 주위에 비쳐졌는지 여기저기서 ‘호구(약점)’를 잡으려고 나서는 통에 세력권인 수원성에 깊이 몸을 파묻고 복지안동(伏地眼動) 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비록 연륜은 깊지 않지만 6년간 전국농장시리즈를 2차례나 제패한 경험이 있다. 또 규합만 하려고들면 언제든 다시 모아들일 수 있는 든든한 휘하 장졸들이 뒤를 받치고 있어 재기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국경선 스포츠서울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