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계약금으로 1억 5000만 원을 받고 백 씨는 박 씨와 함께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백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의 아버지인 만큼 박 씨를 믿었고 잔금 8억 5000만 원은 추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박 씨는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 이에 백 씨는 박 씨를 추궁했고 며칠 뒤 박 씨는 한 은행지점장을 대동해 백 씨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 씨는 며칠 이내로 잔금을 치르겠다고 백 씨를 안심시켰으며 백 씨에게 50억 원이 넘는 잔금증명서를 보여주며 매입 건물의 담보 설정에 동의해달라고도 부탁했다. 우선 백 씨는 박 씨가 유명 연예인의 아버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믿었고 그 자리에 은행지점장을 대동한 점을 또 믿었다. 또한 50억 원이 넘는 잔고증명서를 보여준 점도 백 씨에게 믿음을 줬다. 그렇게 백 씨는 담보 설정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당시 박 씨는 백 씨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대출을 받는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한다.
5월 말 백 씨는 전북 임실농협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박 씨의 말이 거짓이란 걸 알게 됐다. 농협 관계자는 백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백 씨 명의의 파주시 소재 복합상가건물을 담보로 벼 1만 2000가마를 매입한 뒤, 이 벼를 도정공정한 후 쌀을 팔아 7억 5000여만 원의 수익을 챙긴 점을 수상히 여겼다. 이에 백 씨에게 연락해 그 사실을 전했다.
백 씨가 농협 관계자와 함께 벼 수매로 수익금을 챙긴 사람을 조사한 결과, 그는 바로 박 씨였다. 박 씨는 백 씨가 동의한 담보대출동의서를 통해 해당 건물을 담보로 벼를 매입한 뒤 이를 쌀로 도정해 수익금을 챙겼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 씨가 보여줬던 50억 원의 잔금증명서는 박 씨의 것이 아닌 박 씨 지인의 명의였으며, 박 씨의 지인 강 아무개 씨(56)도 사기에 일조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백 씨는 박 씨와 강 씨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9월 서울동작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와 강 씨는 사기를 통해 챙긴 수익금을 나눠가졌고 지금은 남은 돈이 없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 경찰 조사에서 은행지점장은 영문을 모른 채 박 씨와 강 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동작경찰서 특별조사팀은 박 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의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1일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와 강 씨는 수년간 부동산브로커 행세를 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사기 범행을 저질러왔다”면서 “연예인의 아버지라면 조심했어야 했는데 되레 딸의 유명세를 이용해 수억 원대의 사기를 쳤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두 사람은 다른 사기 건으로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강 씨의 혐의가 인정돼 10월 말 구속됐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의 딸인 여배우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해당 여배우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지상파방송 드라마의 주연을 맡고 있으며 모델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몇몇 여자 연예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추측만 양산하고 있다.
서울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사기를 친 박 씨가 여배우의 아버지인 것은 사실이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상세한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다”면서 “전혀 엉뚱한 여배우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티즌들이 언급하고 있는 박 씨 여자 연예인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실명이 언급되고 있는 여자 연예인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실명이 언급된 A의 경우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해 부친과는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시 유력한 후보로 언급된 B는 부친의 나이가 70대로 이번에 검거된 박 씨와는 연령대가 맞지 않는다.
이처럼 엉뚱한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주로 거론되는 까닭은 네티즌들이 박 씨 여자 연예인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예명을 자주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가 훨씬 많아진다.
연예계에서도 이번 사건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박 씨의 딸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주연급 여자 연예인으로 소속사도 탄탄한 곳이기 때문이다. 행여 박 씨의 사기 논란으로 인해 꾸준히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 온 해당 여자 연예인의 연예계 활동에 행여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예관계자들은 박 씨가 딸의 유명세를 활용해 사기를 쳤다는 부분이 차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