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에게 2015년은 잊지 못할 해이자,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시간임에 분명하다. 자신을 아줌마에 빗댄 ‘차줌마’라는 친근한 호칭을 얻었고 이를 통해 신드롬까지 만들어냈다.
사실 차승원에게 최근 2~3년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아들 노아 씨가 연루된 피소 사건의 여파가 상당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노아 씨의 친부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당했다. 연달아 터지는 가족 관련 송사로 인해 세간의 시선을 모았던 차승원은 “아들은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며 아내가 결혼 전 가진 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 가족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가족사가 소송 탓에 알려졌지만, 되려 차승원은 ‘부성애’로 주목받았다. 그 뜨거운 반응은 올해 1월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으로 이어졌다. 외딴 섬에서 생활에서 자급자족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차승원은 베테랑 주부 못지않은 요리 실력을 과시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배우 인생에도 2막이 열렸다. MBC 드라마 <화정>에 이어 현재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촬영에 한창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한 지도학자 김정호의 삶을 스크린에서 펼친다.
그런가하면 전지현는 배우로서 다시 올지 모를 만큼의 성공을 거뒀고,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내년 초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둔 그는 톱스타를 넘어 엄마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이다. 사실 국내 톱스타 가운데 전지현만큼 ‘롤러코스터’를 자주 탄 배우는 드물다. 1997년 데뷔해 10여 년 동안 출연하는 작품마다 주인공을 맡았지만 번번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 전지현은 그야말로 ‘대운’을 맞은 분위기다. 7월 영화 <암살>로 12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그 ‘운’을 증명한다. 사실 한국영화에서 여배우가 혼자 주연을 맡아 이야기를 이끄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전지현은 제작비 200억 원 규모의 대작에 원톱 주연으로 나서 제몫을 해냈다. 여배우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광고에서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심지어 임신부인 데도 불구하고 맥주 광고 모델까지 그대로 맡고 있다. 그동안 국내 광고주들이 CF모델로 활동하는 여성 스타들을 대하는 ‘보수적인 태도’가 전지현을 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배우 이병헌은 올해 ‘지옥’에서 ‘천당’으로 직행한 주인공이다.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렸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연기력’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병헌을 구한 건 영화 <내부자들>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그 한계를 깨고 60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20대 여성 두 명과 연루된 협박 스캔들, 올해 여름 영화 <협녀:칼의 기억>의 흥행 실패 탓에 한 때 ‘이병헌의 위기’라는 시선까지 나왔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게다가 이병헌은 올해 아내인 연기자 이민정과의 사이에서 아들까지 얻었다. “아들을 떠올리면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라는 그는 “삶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 다운(DOWN) 클라라 윤은혜 그리고 신은경
공교롭게도 올해 ‘추락’을 경험한 스타들 가운데 유독 여배우가 많다. 섹시스타 클라라를 비롯해 표절논란에 휘말린 윤은혜 그리고 ‘거짓 모성애’라는 시선을 받는 신은경이다.
이들 가운데 특히 클라라는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시작된 스캔들이 이후 ‘협박’ ‘명예훼손’ 등으로 번지면서 약 1년의 시간을 허비하다시피 했다. 외부에 모습을 감추고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중국어권 진출과 할리우드 영화 참여 논의는 중단됐고, 이미지 추락도 맛봤다. 전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회사 회장인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과 얽힌 스캔들의 여파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갈등 과정에서 클라라가 이 회장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낱낱이 공개됐다. 결국 양측은 ‘합의’를 통해 갈등을 매듭지었지만, 현재 클라라의 연예계 복귀는 요원한 상태다.
윤은혜 역시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간단치 않은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를 둘러싼 표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표절에 관한 윤은혜의 ‘고의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국내 디자이너의 의상을 버젓이 베껴 중국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논란이 구체적으로 제기됐지만 윤은혜의 선택은 뜻밖에도 ‘침묵’이었다. 이에 더해 윤은혜가 만든 논란의 의상이 중국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억 원에 판매된 사실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파급력이 큰 연예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그 흔한 ‘해명’도 내놓지 않은 탓에 윤은혜는 현재 ‘불통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차승원이 진심어린 ‘부성애’의 표현의 대중의 마음을 자기편으로 돌려세웠다면 신은경은 그 반대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거짓 모성애’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뇌수종을 앓은 12세 아들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증언이 측근들을 통해 잇따라 폭로됐다. 전 소속사와 얽힌 억대의 채무관계 문제까지 있다. 물론 신은경은 지금껏 제기된 여러 의혹에 선은 그었고, 특히 “아들 양육비나 병원비를 부담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에서는 신은경과 관련한 논란을 두고 연예인 한 명의 ‘개인사’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모성애에 대한 판단은 가족의 문제이지, 대중이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간 성실하게 연기 활동을 해온 신은경이 이미지 추락 위기를 맞았다는 데 이견을 갖기 어렵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