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이번 월드컵의 유력 한 득점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독일의 클로세(왼쪽). 덴마크의 토마손도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특별취재단·로이터 | ||
일단 1라운드를 놓고 볼 때, 이전 대회와 달리 각국을 대표하는 ‘킬러’들이 초반부터 이름값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눈부신 기량을 선보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세(24·카이저슬라우테른). 1일 삿포로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8:0 대승을 이끌었던 클로세는 5일 아일랜드전에서도 선취골을 낚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돌파력과 위치선정능력이 돋보이는 그는 스트라이커로서 그리 크지 않은 키(182cm)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점프력으로 확률 높은 헤딩슛을 선보였고, 덕분에 2경기에서 4골을 폭발시키며 일찌감치 득점왕을 예약하고 나섰다.
독일선수로는 게르트 뮐러에 이어 32년 만의 대회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클로세가 만약 남은 경기에서도 지금과 같은 동물적인 골 감각을 이어간다면 지난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6골에 묶여 있는 월드컵 득점왕의 징크스를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덴마크의 욘 달 토마손(26·페예노르트)도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다. A매치 38경기에서 15골을 터뜨릴 정도로 덴마크 대표팀의 대표적인 골잡이지만, 예선에서 9골을 퍼부었던 2001-2002분데스리가 득점왕 에베 산(30·살케04)의 그늘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본선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정확한 슈팅을 앞세워 선취골과 결승골을 나란히 넣으면서 덴마크 국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게 됐다.
소속팀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으로 이끌기도 한 토마손은 6일 세네갈과의 2차전에서도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낚아 클로세(독일)와의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아일랜드의 로비 킨(22·리즈 유나이티드)은 이번 대회의 대표적인 ‘샛별’. 5일 아일랜드전에서 패색이 짙던 경기종료 1분전, 동료 선수가 헤딩으로 떨궈준 볼을 문전으로 쏜살같이 파고들어 극적인 동점골을 낚아 아일랜드를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연습생에서 출발, 아일랜드의 대표적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혜성같은 존재인 킨은 주득점원 로이 킨이 감독과의 불화로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해 공격력이 약화될 것으로 평가받던 아일랜드의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제2의 오언’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아쉬움을 주고 있는 오언(왼쪽)과 지단. | ||
폴란드의 엠마누엘 올리사데베(24·파나티나이코스)도 1차전에서 체면을 구긴 대표적 인물. 예지 엥겔 감독의 눈에 띄어 폴란드로 귀화한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로서, A매치 16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며 폴란드의 대표적인 골잡이로 명성을 얻었지만 4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수비수들의 밀착 마크에 완전히 봉쇄돼 슈팅 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비록 출전은 못했지만 팀의 추락에 지대한 공헌(?)을 한 선수들도 있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0·레알 마드리드)이 그 대표적인 인물로, 98프랑스월드컵과 2000유럽선수권, 그리고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자국을 우승으로 이끈 지단은 월드컵 개막 직전인 지난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세네갈, 우루과이전에 연속 출전을 못하고 팀의 고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파라과이의 ‘괴짜 골키퍼’ 호세 칠라베르트(37·스트라스부르)도 지단과 비슷한 케이스에 속한다. 남미 예선 브라질전에서 비신사적 행위를 한 혐의로 징계를 받아 남아공과의 첫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칠라베르트는 2-0으로 앞서던 팀이 막판 2골을 허용, 승리를 날려버리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