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이 지원된 노후간판 교체사업이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로 사업비 편취·탈세 등의 위법행위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경기도 A 시는 보조사업자가 세금계산서 금액보다 많은 허위 정산금액을 제출했음에도 세금계산서 확인 없이 20억 8000만 원의 보조사업비를 정산, 확정해 국가예산 3억 9000만 원(보조사업자 자부담 편취)을 낭비했다.
또 다른 경기도 B 시는 보조사업자가 간이영수증 등으로 정산신청(6억 2000만 원)을 했지만 세금계산서를 확인하지 않아 1억 4000만 원(보조사업자 자부담 편취)을 낭비했다. 간판 설치 업체는 부가가치세 1400만 원을 탈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C 구의 보조사업자는 허위자료를 연구용역으로 의뢰해 보조사업비 27억 3000만 원을 부정 정산했고, 충청북도 D 시의 보조사업자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7억 9000만 원을, 부산시 E 구의 보조사업자는 자부담뿐만 아니라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2000만여 원을 간판 설치 업체에 지불하지 않고 편취했다. 부산 소재의 한 보조사업자는 포토샵으로 사진자료를 처리해 부정 정산했다.
이 같은 사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드러났다. 권익위는 226개 지자체에 의뢰해 173개 기관 중 5년간 노후간판 교체사업에서 보조사업자가 직접 계약한 사업, 특히 자부담 비율과 자부담 금액이 많은 사업 등을 중심으로 18개 기초자치단체를 선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권익위는 이 가운데 12개 기관에서 다양한 예산낭비사례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아 민간이 실시하는 노후간판 교체사업에서 부정한 방법에 의한 보조금 정산처리 및 그 과정에서 보조사업비가 편취된 의혹을 적발했다.
노후간판 교체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노후간판 교체 및 정비 명목으로 최대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일정 비율의 금액을 자부담하는 매칭사업이다. 지난 5년간(2010년~2014년) 전국적으로 약 2203억 원의 보조사업비가 집행될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보조사업자의 부패행위 유형을 보면 자부담을 집행하지 않고도 집행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나 간이영수증을 발급받아 정산서류로 제출하는가 하면 전문 회계 검사기관에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정산용역을 의뢰한 후 ‘원가산출 내역서’를 제출받아 보조사업비 정산 근거자료로 제출하는 등 다양한 행태로 이뤄졌다.
또한 보조금 지급·정산 및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이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무시하고 세금계산서 등을 확인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산낭비로 이어진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조사점검팀 최철영 조사관은 “노후간판 교체사업을 실시한 일부 자치단체에 대한 실태조사만으로도 여러 형태의 보조금 편취 및 부당 정산행위가 드러난 것으로 전국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을 신청한 보조사업자들에 대한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사명감과 사업자의 부담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기관 역시 보조금 교부조건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때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입출금내역 등을 확인하게 되어 있지만 담당공무원이 업무편의상 확인을 못하거나 관련 정보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조사관은 “무엇보다 형식적인 관리가 문제다. 결국 민간보조사업자의 위법행위와 담당공무원의 책임감 결여가 결합돼 심각한 국가예산낭비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보조사업에 대해 집요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보조사업에 관련한 민관 모두가 관련법규를 준수하고 지자체에서 자체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국가보조금을 환원시키고 국가예산 낭비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권익위원회에서는 이번 적발사례들을 신고사건으로 전환해 위원회 의결과정을 거쳐 경찰청 및 감독기관에 이첩할 계획이다. 경찰청에서는 보조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감독기관에서는 관련 공무원에 대한 문책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지 않은 보조사업자는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
[단독취재]부산시 사상스마트시티 졸속 추진 우려 오염토양 대책 없어…첫삽 뜨는 시점도 논란 부산시와 사상구가 서부산권 개조 프로그램인 사상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업대상 부지에 오랜 기간 공장들이 들어서 있던 탓에 토양오염이 불 보듯 빤한데도 이를 처리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전혀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상스마트시티’ 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부산 사상공단 전경. 사진출처=부산일보 사상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1970년대 조성돼 노후화된 사상공업지역을 지식기반산업 등 도시형 첨단업종이 주종을 이루는 단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산시 등은 사업대상 지역을 첨단융합, 지식서비스 등이 집적된 도시형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4400억 원(국비 1145억 원, 시비 1145억 원, 기타 2110억 원)이며 사업대상 부지면적은 사상구 주례·감전·학장동 일대 공업지역 302만 1000㎡(91만 5000평)에 이른다. 현재 KDI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 1월 40억 원의 예산으로 재생시행계획 용역이 발주될 예정이다. 부산시 등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서부산권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를 이루게 된다. 일부에는 동부산권의 센텀시티에 버금가는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에코델타시티조성사업과 함께 낙후된 서부산권의 발전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용역이 발주가 되기도 전에 논란이 불거졌다. 부산시 등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지 하부에 다량으로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폐기물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업대상부지는 사상공단 남쪽 일대를 거의 전부 아우르고 있다. 이곳에는 신발공장, 피혁공장 등을 비롯한 각종 제조업체들이 지금도 산재해 있다. 특히 공장들 대부분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과거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생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해당지역 토양에 각종 폐기물이 퇴적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부산시와 사상구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토양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분은 간과한 채 사업계획을 발표한 후 이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폐기물 처리 후에 토지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또한 부산시 등이 사업추진을 원활히 가져갈 목적으로 폐기물 처리비용을 감안해 보상비를 책정할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당초 사업비로는 어림도 없어 막대한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다. 그린라이프네트워크 백해주 단장은 “부산시와 사상구의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인해 사업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게 됐다”면서 “이제라도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분을 감안해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사상구가 사업발표를 서두른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내년 총선과 맞물린 시점에 재생시행계획 용역이 발주되도록 사업의 일정이 짜여졌다”면서 “부산의 발전과 시민을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대규모 개발사업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꼬집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