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가 계란 투척 사건을 벌인 고속도로 육교 사진 ANN 뉴스 캡처. 오른쪽은 계란을 맞아 자체가 움축 파이는 피해를 입은 차량.
지난 11월 중순. 일본 가나가와현 경찰은 18세 소년과 그의 형인 22세 남성을 기물파손 및 폭력행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의하면 “체포된 두 사람은 도메이 고속도로 상행선 육교 위에서 대량의 계란을 투척해 총 41대의 차량을 훼손시켰다”고 한다. 앞 유리에 금이 가고 보닛이 움푹 파인 차량도 여럿 있었는데, 수리비가 많게는 500만 원까지 나왔다.
사건은 가을 나들이가 시작됐던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후 10시쯤, 용의자 형제는 고속도로 육교 위에 올라 계란 300여 개를 던지기 시작했다. 목표물은 육교 밑을 지나는 자동차였다. ‘우지직 쾅!’ 계란이 차량에 명중할 때마다 형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날 새벽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13대의 차량이 피해를 입었던 터라 경찰이 주변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상황.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으나 재빠른 범인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수색 끝에 약 1.5㎞ 떨어진 곳에서 달걀노른자가 옷에 묻은 남성 둘을 발견하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해왔다.
범행 동기에 대해, 용의자 형제는 “장난삼아 계란을 던졌다” “깜짝 놀라는 운전자의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천만한 행동이 그들에게는 단지 일종의 게임과도 같았던 것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아무 생각없이 저지른 일이라곤 하지만, 고속주행 중 놀란 운전자가 많아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면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좀 더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고작 계란쯤이야…’라며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흔히 깨지기 쉬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계란이지만, 앞서 육교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동차 보닛을 우그러뜨릴 만큼 엄청난 파괴력이 숨겨져 있다. 만약 자동차 대신 사람이 정통으로 맞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돌멩이도 아닌 날계란이 어째서 이 같은 놀라운 힘을 지닐 수 있는 걸까.
이와 관련,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는 ‘계란의 숨겨진 힘’을 물리학적으로 검증해 관심을 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격적이다. 육교의 높이는 9.6m. 사람 키를 어림잡아 더했을 때 약 11m 높이에서 계란을 던지는 셈이다. 덧붙여 거의 모든 승용차들이 시속 100㎞ 안팎으로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가 사건 현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세이대학 교수이자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물리이야기>의 저자 사마키 다케오 씨는 “날계란을 던졌음에도 차량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커진 이유는 상대속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계란을 던졌을 때의 속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100㎞ 가까이도 나올 수 있다. 이때 마주보고 달려오는 자동차가 시속 100㎞라면 상대속도는 무려 시속 200㎞가 되는 것이다. 고속열차 신칸센 가운데 중간등급과 맞먹는 속도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은 과거 야구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상당한 속도가 나왔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다만, 달리는 차량에 정확히 계란을 맞히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용의자들은 300개가 넘는 계란 세례를 퍼부었으나 신고는 41건.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한다 해도 명중률은 20~30%다. 어쩌면 낮은 확률이 오히려 게임처럼 용의자들을 흥분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계란이 부딪칠 때의 충격력은 얼마나 될까. 가령 용의자가 손으로 던진 계란 속도가 80㎞이고, 시속 100㎞ 자동차와 정면충돌했다고 가정해보자. 상대속도는 시속 180㎞. 초속으로 바꾸면 50m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를 곱한 것이므로, 계란의 질량 60g에 초속 50m을 곱하면 운동량은 3kgm/s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다시 ‘충격력’으로 환산해보면 그 힘은 자그마치 3000N(뉴턴)에 달한다. 3000N이라는 숫자가 언뜻 감이 오질 않는데, 참고로 무게 300㎏의 물체가 가하는 힘과 같은 충격이다. 심지어 계란은 크기가 작아 힘이 분산되지 않고 그 안에 순간적으로 힘이 집중된다. 유리가 깨지고 알루미늄 보닛이 꺼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자칫 잘못해 계란이 오토바이나 오픈카를 타고 있는 사람의 머리에 직접 맞는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다.
또한 고층 아파트에서 날계란을 던지는 행위도 위험천만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의 한 프로그램에서 바닥에 두께 5㎜의 아크릴판을 깔고 8층 높이에서 날계란을 던지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아크릴판에는 둥근 홈이 파였다. 도쿄학예대의 가와스미 히로시 교수는 이때의 충격을 시속 80㎏으로 추정하며 “흡사 망치를 4~5m 위에서 떨어뜨릴 때와 비슷하다. 내출혈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