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직전 강 목사의 모습과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강 목사의 모습.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쌍꺼풀 수술을 한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피해신도들 커뮤니티 카페
지난 1990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불꽃중앙교회가 설립됐다. 이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존경하는 자니라’(잠언 14:31)는 성경 말씀대로 홈리스(노식인 쉼터)에 머물던 노숙인, 장애인, 실직자, 중증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보살피는 이웃사랑 실천 교회로 주목받았다. 당시 강 목사는 각종 언론을 통해 ‘노숙인의 대모’, ‘한국의 헬렌 켈러’, ‘감동적인 여성 목회자’ 등으로 소개됐다. 강 목사의 명성이 높아지자 불꽃중앙교회는 지하 월세방을 탈출해 10년 만에 3개의 성전을 가진 큰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강 목사의 명성은 제주도성전과 칠보산 기도원 설립,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인수 등의 성금을 둘러싼 신도들의 피해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 목사는 “투자를 하면 이자와 함께 (하나님이) 축복을 내려준다”면서 집사, 전도사 등 100여 명의 신도들에게 카드깡과 불법 대출까지 강권했고, 이를 변제해 주지 않아 신용불량과 파산신청을 한 피해 신도들이 속출했다. 신도마다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7억 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만 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홈리스에 머물던 사회적 소수자의 기초생활보장기금, 노인연금, 장애연금까지 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의 피해액만 18억 원에 달한다.
불꽃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도들의 모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 목사는 동사무소에서 매달 홈리스 지원금을 받고 있었으나, 정작 홈리스 거주자들의 식사는 인근 학교에서 남은 급식을 받아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교단에 제출된 강 목사의 이력에는 밥존스대학교 신학 전공,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명예신학박사 학위 등으로 기재돼 있었으나 강 목사는 신학을 전공한 적이 없었으며 목사 안수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피해 신도들의 고소가 이어지자 강 목사는 2010년 6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도주 1년 만인 2011년 6월 한 피해 신도가 현지인의 도움으로 강 목사를 현장에서 붙잡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 목사가 현지 경찰에 연행될 것을 염려해 피해 신도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돈 변제를 약속하자 피해 신도는 안심했고, 강 목사는 이 틈을 타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또 다시 도주했다. 이후 한동안 강 목사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으나 2010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강 목사의 맹신도들이 중국 북경 왕징3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현지 교민을 통해 발각됐다. 강 목사를 대신해 붕어빵 장사를 했던 맹신도들은 불꽃중앙교회 집사를 지냈던 할머니 2명과 젊은 여성 3명, 어린아이 1명 등 6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5월 강 목사와 국내 신도의 문자 거래 내역도 피해자 카페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공개된 문자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강 목사는 국내 맹신도 60여 명으로부터 십일조 헌금을 지원받고 있었으며, 일부 맹신도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 강 목사의 은신처를 오가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피 생활 중인 강 목사가 맹신도들로부터 받고 있는 헌금은 월 1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피해 신도들은 추측하고 있다.
피해자 김은성 씨는 “강 목사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 수원에서 또 다른 교회를 설립해 맹신도들과 함께 매주 기도를 드리고 있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40여 명의 맹신도들이 아직도 헌금을 하고 있는데, 이 돈이 바로 강 목사의 도피생활자금으로 쓰이고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김 씨는 피해 신도들 사이에서 강 목사가 ‘여자 조희팔’로 통한다면서 “피해액 규모는 조희팔 사건의 200분의 1 수준이지만 사회적 소수자들이 대거 포함된 데다 신용불량자나 파산신청자가 많아 정신적 피해는 200배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조희팔과 강 목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목사가 피해자들 사이에서 ‘여자 조희팔’로 통하는 이유는 조희팔의 도피생활과의 공통점 때문이다.
첫째 두 사람은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중국 현지인으로 신분 세탁해 허위 신분증을 지니고 다닌다. 먼저 조희팔은 지난 2008년 12월 9일 충북 태안시 안면도 마검포항에서 중국 산둥성으로 밀항하기 직전 ‘조영복’이라는 이름의 조선족으로 신분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조희팔의 생존설을 추적한 노정호 씨(한국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는 조희팔이 ‘조유환’이라는 신분으로 다시 한 번 신분 세탁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9월 조희팔과 직접 대면했다는 중국인 여성 2명은 조희팔로부터 ‘조유환’이라는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메모를 전달받았다.
강 목사 역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한국 여권이 말소돼 중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는 것이 피해 신도들의 주장이다. 아직까지 강 목사가 신분 세탁한 중국인 신분에 대한 상세 정보는 알려지지 않으나 피해 신도들은 현지 교민으로부터 신분 세탁 정황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강 목사는 맹신도들에게 장사를 시켜 그 수익금 등으로 호화생활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맹신도가 북경 왕징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붕어빵 장사를 하는 모습.
두 번째 중국 현지 교민이 중국 공안에 신고할 것을 대비해 두 사람 모두 성형수술을 했다는 점도 같다. 지난 10월 한 몽타주 전문가가 조희팔의 장례식 동영상 속 조희팔의 얼굴을 분석한 결과 “코 끝 날개가 약간 시신의 것이 커 보인다”면서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강 목사의 최근 생존 단서 사진과 도주 직전 사진을 비교해보면 강 목사도 쌍꺼풀 수술을 한 점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강 목사의 최근 생존 단서 사진에도 성형 수술을 한 정황이 보인다. 이는 중국 도피 생활을 함께 한 맹신도에 의해 피해 신도가 접수한 사진이다. 이 피해 신도는 “강 목사가 불법으로 중국 신분을 취득하기 위해 중국에서 쌍꺼풀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셋째 도피국에서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 한 중국 공안에 체포될 가능성이 없어 각각 중국 산둥성과 북경 일대에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조희팔 사망 발표가 나기 직전인 지난 2012년 5월 초, 조희팔과 고스톱을 쳤다는 중국인 제보자 K 씨는 조희팔로부터 “(중국) 공안에게 10억 원을 줬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중국 위해시, 청도시 등 산둥성 일대에서만 자주 목격되는 점도 중국 공안에 10억 원을 건넨 대가로 중국 공안과 현지 폭력조직 흑사회가 비호를 해주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강 목사는 조희팔의 은신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던 곳은 산둥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북경의 왕징3구의 한 아파트. 강 목사는 여기서 2013년 5월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왕징 현지 교민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카페에 지난 2013년 5월 2일 강 목사의 맹신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붕어빵, 호두과자 마지막으로 인사드려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넷째 배우자가 아닌 내연자들과의 깊은 관계다. 조희팔은 밀항 직후에도 내연녀 세 사람을 중국으로 불러 잦은 왕래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조희팔의 장례식 동영상에는 내연녀 정 아무개 씨(50)가 등장한다. 또한 조희팔 피해자단체에선 또 다른 내연녀 김 아무개 씨(42)가 친언니의 여권으로 중국 청도공항을 통해 조희팔을 자주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내연녀 김 아무개 씨(55)는 지난달 9일 조희팔로부터 10억 원의 은닉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강 목사는 이혼한 전 남편과 아들, 내연남 김 씨 등과 함께 중국에서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목사 피해 신도는 “도주하기 직전에도 남편보다 내연남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면서 “함께 사기를 기획했던 인물이기도 해 아직까지도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 점이다. 최근 조희팔의 생존설을 추적한 노 씨는 “조희팔의 은신처인 청도의 한 시골마을에는 5일장이 서는데, 조희팔이 이 장에 자주 나온다고 인근 주민이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강 목사 사기 사건의 피해 신도 역시 “토속적인 입맛을 지닌 강 목사는 자주 재래시장에 나와 배추, 무 등을 구입해 김치, 겉절이 등을 해 먹는다더라”며 “까다로운 입맛에 현지 음식을 거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로 도피한 두 대형 사기범이 중국 현지에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재래시장을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중국에서의 호화 도피생활이다. 조희팔은 밀항 직전 대부분의 은닉 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새로운 사업자금으로 활용했으며, 산둥성 일대의 골프장에서 자주 라운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에는 ‘조유환’이라는 이름으로 산둥성 일대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조희팔 생존설을 추적한 피해자에 따르면 조희팔은 중국 청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대규모 농업단지를 운영한다고 한다. 필리핀의 한 유명 휴양지 리조트 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는 제보도 있다.
강 목사도 맹신도들의 십일조 헌금과 붕어빵 판매 수익금 등을 통해 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피해 신도들은 주장하고 있다. 도피 직전 강 목사는 명품 쇼핑이 취미였으며, 필리핀에서 중국으로 은신처를 옮기면서 경유했던 홍콩에서도 명품 쇼핑을 했다고 피해 신도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2013년 초 강 목사의 은신처에 직접 다녀왔다는 한 피해신도(당시 맹신도)는 “강 목사는 맹신도들에게 장사를 시키고 매일 방에 누워 한국 드라마만 보면서 한량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곱 번째는 국내 목격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희팔의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한 목격자는 2013년 초 대구 수성구에서 조희팔을 목격했으나, 이름을 부르자 급히 달아났다고 한다. 그 즈음에는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조희팔을 직접 봤다는 목격자도 있었다. 또한 <일요신문>을 통해 지난 3월 초 전북 전주시 산정동에 위치한 수석경매장에서도 조희팔을 직접 목격했다는 여성 제보자의 목격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희팔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한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강 목사 사기 사건의 한 피해자는 지난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강 목사가 국내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한 제보자는 친한 목사로부터 강 목사가 국내에 입국한 소식을 전해 들었으며, 다른 한 제보자는 제주도에 있는 한 목사로부터 강 목사가 제주에 잠시 머물렀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강 목사가 비자 발급 없이 입국 가능한 제주를 통해 국내로 몰래 들어왔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국제도피사범, 중국·필리핀에 많은 까닭 추가 범죄 저지르지 않는 한 체포 가능성 희박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가입국마다 적색수배자에 대한 공조 수사의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인터폴에 가입한 유럽 국가는 적색수배자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 및 체포가 이뤄지는 반면, 중국과 필리핀 등의 아시아권 국가는 해당국에서 추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도피 사범에 대한 수사 및 체포가 이뤄지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인터폴 사무본부에 공문을 발송해 인터폴 적색수배자에 대한 가입국의 대처 요령에 대해 문의해봤으나 보도사무실 관계자는 “적색수배는 국제 체포 영장이 아닌 국제적 수배 사실에 대한 경보 통지일 뿐”이라고 알려왔다.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경찰 조직인 인터폴에 가입한 국가는 모두 190개국이다. 가입국 간에는 국제적인 공조수사 협조가 가능하며 범죄인인도청구를 통한 도피 사범 인도 협조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경찰청은 지난 1964년 4월 인터폴에 가입신청을 했으며 제33차 인터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입 승인이 나 같은 해 9월 30일자로 인터폴 가입국이 됐다. [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