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과 단합을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당내 공론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후속 탈당이 잇따르면서 당이 급속히 와해되는 위기상황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기 선대위 구상은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선대위가 지도부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중진과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마련된 위기 수습책이다.
문 대표 입장에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진 않지만 공천을 비롯한 대부분 권한을 선대위로 넘기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명목상 대표직을 유지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문 대표는 인재영입과 야권통합 정도로 역할 공간이 대폭 축소된다.
문 대표가 그동안 대표직 사퇴 요구를 공천권을 노린 비주류의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하고 혁신위가 마련한 ‘공천혁신안’ 이행을 명분으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해 왔음을 고려하면 결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조기선대위 제안을 수용한다고 해서 당의 분열상이 극적으로 봉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조기선대위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가 결국 탈당을 결행한다면 조기선대위 제안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비주류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