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년 무렵 대표팀서 한솥밥을 먹던 김은중-이동국. | ||
나이, 혈액형(A형), 종교(불교)에서부터 보기 드문 신체적 하드웨어와 자질, 2002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의 설움을 겪은 ‘추억담’까지 다양한 공통분모를 갖춰 늘 관심을 모으게 했던 이들이 이제 ‘절친한 벗’, ‘파트너’라는 벽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대표팀의 원톱 자리를 놓고 숙명의 일전을 치러야 하는 것. 과연 둘 중 누가 먼저 웃음을 지을까.
두 선수를 말하자면 무엇보다 플레이스타일 비교가 우선일 듯. 올 시즌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이들은 같은 포지션이지만 경기 스타일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동국은 파워와 골 결정력, 슈팅, 김은중은 시야와 센스, 유연성, 헤딩 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동국이 ‘중심 행성’이라면 김은중은 그 주변부를 도는 ‘위성’”이라고. 이동국이 주로 페널티 지역의 중앙에 포진해 정확한 위치 선정 능력을 활용해 감각적이면서 힘 있는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열어젖힌다면 김은중은 중앙에서 좌우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빠른 돌파와 적절한 크로싱을 통해 찬스를 엮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의미다.
▲ 이동국(24·광주 상무) | ||
이동국은 “은중이처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공격할 때 활동반경을 넓히려고 노력한다”면서 라이벌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은중도 “동국이의 파워와 골 결정력은 으뜸”이라며 파워를 보강하기 위해 동계훈련 기간 동안 체력과 슈팅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김은중은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소화해 다소 왜소했던 체격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위해 두 선수 모두 나름대로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보자. 고교 때는 누가 더 잘 나가는 ‘킹카’였는지를 묻자 서로 “동국이가 잘했다”, “은중이가 돋보였다”며 ‘무승부’를 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이동국의 판정승.
이동국은 이미 포철공고 2년 때부터 초고교급 대형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주인공이다. 연세·고려·한양대의 끈질긴 구애를 물리치고 곧바로 프로에 입단한 뒤 데뷔 해에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이동국보다 프로 데뷔가 1년 빠른 김은중도 동북고 주전 스트라이커였지만 당시만 해도 그저 그런 ‘미완의 대기’였다. 96년 동북고 2년 때 자퇴서를 쓰고 97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 대전에 입단할 때까지 각 팀 스카우트들이 그의 존재를 제대로 모를 정도로 무명에 가까웠다.
▲ 김은중(24·대전) | ||
둘 모두 어느새 결혼을 생각해 볼 나이. 그동안 인터뷰 때마다 이상형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을 두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자니 왠지 서운했다. 이동국은 “자상하고 키는 170cm 정도에다 얼굴까지 예브다면 금상첨화겠죠. 결혼 결정만큼은 내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부모님의 언질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교제중인 여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군대에 있고 시즌중이라 당분간은 여자를 소개받기 어렵다고.
김은중은 현재 사귀는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첫사랑이자 이상형이란다. 공공연하게 여자 친구를 자랑할 만큼 애지중지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지면을 통해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동국은 “고2 때 게임이 제대로 되질 않아 축구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당시 아버지의 격려 편지로 다시 축구화 끈을 맬 수 있었어요. 상무에 입대하기 전 공항에서 안쓰러운 눈으로 절 쳐다보시던 아버지께 오히려 큰절을 드리면서 안심시켜 드렸던 장면이 잊혀지질 않네요”라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김은중의 아버지 김용기씨 역시 ‘축구계의 박세리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자식 사랑이 대단하다. 김은중은 “동북고 자퇴 후 잠시 방황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진 아무 말씀 없이 절 낚시터에 데려가 주시곤 했었죠.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진 후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며 행여 ‘마음이 다칠까’ 세심하게 돌봐주셨던 아버지의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자